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군함을 보낼 것”이라며 “바라건대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이 인위적인 제약의 영향을 받는 다른 국가들도 이곳으로 함정을 보냄으로써 지도부가 완전히 제거된 국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더는 위협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해달라고 한국 등 5개국에 요구한 것이다. 미국·이스라엘의 선제 공습으로 시작된 대이란 전쟁에 동맹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이려는 셈이다. 한국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명분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다. 이번 전쟁이 시작된 뒤 호르무즈 해협은 물론 페르시아만을 지나는 각국 유조선들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잇따르는 중이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 설치를 시작했다는 미 정보당국발 외신 보도도 나왔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가 치솟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 약 70%를 수입하는 한국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등이 군함을 보낸다고 해도 유조선의 안전한 통행을 담보하기 어렵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일축했던 미국이 다른 나라에 군함 파견을 요청한 것 자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일 것이다.
만에 하나 유조선을 호위하다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이라도 벌어지는 경우 한국은 확산일로를 보이고 있는 대이란 전쟁의 복판에 끌려들어가게 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는 한국의 원유 수입 항로는 더욱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 전쟁은 이란의 공격 징후가 전혀 없었는데도 미국·이스라엘이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어기고 선제 공습을 전격 감행한 것이 발단이다. 이렇게 시작된 전쟁에 동맹국인 한국의 파병을 요청하는 건 “당사국 중 일국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로부터 무력공격에 의하여 위협받고 있다고 인정할 경우 언제든지 양국은 협의한다”고 돼 있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취지와도 무관하다. 이런 전쟁에 군대를 보내는 건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한다는 대한민국 헌법에도 반한다.
청와대는 15일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주목하고 있으며,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하여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따를 수 있는 한·미 동맹 약화나 각종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시작한 전쟁의 군사적 비용을 제3자인 동맹국에 떠넘기려는 미국의 행태가 도리어 동맹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그간 행태로 보아 이번 요구를 수용할 경우 더욱 무리한 요구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정부는 물론 비준동의권이 있는 국회도 오로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중심에 두고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