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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원전

입력 2026.03.15 18:10

수정 2026.03.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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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반전 시위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얼굴 등이 그려진 가면을 쓰고 죄수복을 입은 시위 참가자들이 전쟁의 조속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반전 시위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얼굴 등이 그려진 가면을 쓰고 죄수복을 입은 시위 참가자들이 전쟁의 조속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3월 유럽 최대규모의 자포리아 원자력발전소가 러시아에 점령됐다. 이후 원전 시설을 둘러싼 공방으로 한때 전력공급이 끊겨 원자로 냉각 작업이 중단될 뻔했다. 냉각이 중단되면 핵연료가 멜트다운(노심용융)돼 대규모 방사능 누출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다행히 국제원자력기구의 중재로 원전 일대에 대한 휴전이 합의됐고, 송전선 복구작업이 완료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수립된 국제질서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원전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원전이 공격당해 대규모 방사능 누출사고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현실감을 띠게 된 것이다. 원자로 용기를 둘러싼 콘크리트돔은 내구성이 강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듯 전력공급이 끊기면 곧바로 핵재앙이 발생한다.

후쿠시마 원전의 대규모 방사성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멜트다운된 핵연료 880t 중 반출된 것은 0.9g에 불과하다. 핵연료가 여전히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선을 뿜어내고 있어 접근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핵연료 수습에만 170년이 걸린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사회는 1977년 제네바협약 추가의정서에서 원전을 ‘위험한 힘을 내포한 시설’로 분류해 공격 금지 대상으로 정했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발발하면 이런 국제규범은 쉽게 무시된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은 이란의 상업용 원전인 부셰르 원전까지 한때 공격 대상에 포함시켰다가 여론 악화로 철회했다. 걸프 해역에 위치한 부셰르 원전이 공격받아 방사능이 누출되면 걸프해 바닷물을 담수화해 쓰는 중동국가들의 물 공급이 마비된다. 지난달 말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아직까지 원전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원자 에너지’는 1956년 영국 칼더 홀 원전을 시작으로 전력생산에 이용되기 시작했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인류가 다시는 대규모 전쟁을 벌이지 않으리라는 가정과 연결돼 있다. 그러나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힘에 의한 질서’로 변질되면서 원전도 더 큰 위험물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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