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다른 기고문에서 ‘식(食)’에 대해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런 문장을 소개했었죠. ‘당신은 당신이 먹는 것이다.’ 본래는 건강한 식습관을 강조하기 위한 문장이었지만, 최근에는 ‘식’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사용됩니다.
모든 생명체의 기본 단위는 세포입니다. 인간의 경우는 70㎏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약 36조개의 세포들로 구성되죠. 그런데 이 세포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화되거나 병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명이 다한 세포는 새로운 세포들로 교체가 되죠. 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물질과 에너지가 필요한데, 우리가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먹는 것, 즉 ‘식’을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류는 오랜 진화 과정에서 여기에 덧붙여 또 다른 의미들을 부여했습니다.
18세기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미식평론가인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어떤 것을 먹는지 내게 말해준다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당신에게 말해주겠다.” 브리야사바랭은 먹는 행위가 단지 생존을 위한 것에 머물지 않으며, 먹는 이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사회·문화적 행위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다시 말해 어떤 계급, 사회, 문화에 속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먹는 것 또한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앞서 설명했던 ‘식’이란 용어만으로는 이러한 추가적인 의미를 담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요리’라는 개념입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요리를 ‘여러 조리 과정을 거쳐 음식을 만듦’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먹기(食) 이전에 여러 조리 과정을 거친다는 것인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의미들이 담기게 됩니다. 그래서 지역마다, 민족마다, 국가마다 각자의 요리에는 다양한 역사, 문화에 관한 이야기들 또한 담겨 있는 것이죠.
그리고 여기에 더해 제가 늘 강조하는 과학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요리를 조금 분석적인 관점에서 정의한다면, 식재료의 물리·화학적 변화를 통해 원하는 맛과 향, 그리고 식감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그 바탕에 과학이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요리의 어원을 살펴봐도 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요리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는 문헌은 5세기 말 양나라의 도원경이 저술한 <본초경집주>입니다.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 고대 약물학 서적인 <신농본초경>의 해설서라 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 ‘합약분제요리법(合藥分劑料理法)’이란 글귀가 실려 있습니다. ‘여러 약재를 배합하고 각각의 약재를 효능에 따라 나누어 정량하는 법’이란 뜻인데, 여기서 ‘요리’는 ‘약재의 양을 측정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헤아림(料)과 다스림(理)이 요구되는 행위인 것입니다.
한편 6세기경에 쓰인 농업서 <제민요술>에서는 ‘야채를 가공하거나 가공된 야채를 담아내는 행위 전반’을 요리라 기술하고 있습니다. 요리라는 조작이 약재에서 식품으로 그 대상이 옮겨간 것입니다. 이처럼 식품의 가공 과정을 뜻하는 요리는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매우 분석적이고 정량적인 행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 과학처럼 말이죠.
우리가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은, 또 한편으론 그것에 담긴 역사, 문화 그리고 과학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요리입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