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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월드컵과 올림픽 중계 어떻게 할까

입력 2026.03.15 19:52

수정 2026.03.1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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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JTBC만의 단독 중계로 보편적 시청권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만든 ‘보편적 시청권’이란 말은 시민의 권리를 강조하지만, 방송사 탓인지 정부 탓인지의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한다. 국가는 영토 내에서 수도, 전기 등 필수 서비스를 사람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보편적으로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스포츠 경기 또한 보편적 서비스 대상일 수 있다며 이것이 오락을 넘어 “지역적, 국가적 차원에서 정체성을 형성할 기회를 제공하고 광범위한 공공 소통의 출발점이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한국 정부와 국회는 이런 보편적 서비스 의무를 소홀히 대하다가 지난 동계올림픽 사태로 황급히 법 개정에 나섰다. 그런데 가깝게는 오는 6월 북중미 축구 월드컵, 멀게는 2032년 호주 브리즈번 하계올림픽 등 6개 대회 방영권도 JTBC가 이미 다 사놓은 상태다. 기존의 중계권에 대해서는 새 법을 소급해 적용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당장의 월드컵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월드컵은 올림픽과 달리 단일 종목 몇개 경기에 불과하므로, JTBC 단독 중계라도 시민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리 정해진 조별리그 경기 3개와 본선 진출 후의 토너먼트 시각에 채널을 틀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유료 방송 미가입자가 소외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지상파와 JTBC가 손해 최소화라는 합리적 선택으로 재판매 협상을 타결한다면 이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될 것은 2028년 로스앤젤레스, 2032년 브리즈번 하계올림픽이다. 국민적 관심이 가장 크고, 경기 숫자와 종목도 가장 많다. 브리즈번은 한국과 시간대도 거의 같다. 이 대회들을 JTBC 단독으로 중계해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가는 협상을 독려할 수는 있어도 적정 가격을 강제할 수는 없다. 방송사업자 자신의 선택이 아닌 이유로 적자가 난다면 국가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어차피 JTBC는 재판매를 통해 방영권 비용을 조금이라도 회수해야 하고, 지상파 방송 역시 적자가 아닌 수준의 비용이라면 이런 대형 이벤트에서 소외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관련법 개정은 서두르지 말고 주도면밀해야 한다. 특히, 보편적 서비스는 더 이상 지상파 방송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을 아예 안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러므로 방영권을 따온 사업자가 지상파 방송사들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온라인 무료 중계권을 포함해 재판매하는 것을 의무로 해야 한다. 이 조건을 맞춰야 자기도 중계할 수 있다. 영국도 2024년에 관련법을 이렇게 고쳤다.

올림픽과 같은 다경기 대회는 2개 이상의 지상파에 방영권을 팔도록 하되 서로 다른 경기를 중계하게 해야 한다. 시청자를 위해서라면서 JTBC의 독점을 비판하던 지상파 3사는 정작 지난주에 끝난 WBC 한국 대표팀 경기들을 중복으로 중계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지상파 3개 채널은 여자 배구 한·일전은 버리고 남자 축구와 야구 중계에만 매달린 적도 있다. 보편적 서비스 제도가 여성 스포츠 등 다양성은 외면한 채 기득권만 보호하는 수단이어서는 안 된다. 특히, KBS가 소외된 주요 경기를 적극 방영하도록 해야 한다.

시차가 큰 나라에서 벌어진 경기를 늦게라도 다시 볼 수 있도록 재방송과 무료 VOD 서비스도 고려해야 하겠다. 중계권 없이도 영상 일부를 뉴스에 적절히 쓸 수 있도록 관련 규정도 마련해 두어야 한다. 국내법이 명확하지 않아 도리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과의 계약에서 보도 영상 활용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간은 국내 사업자 간 중계권 경쟁이었지만 앞으로는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가 판을 흔들 가능성이 높다. 정교하게 해놓지 않으면 이번 쿠팡 사태에서처럼 국가적 무력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강형철 경향신문 독자위원장·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경향신문 독자위원장·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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