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노동조합법(노조법 2·3조, 일명 노란봉투법) 시행 일주일여 만인 18일 오전 전북특별자치도청 앞에서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전북자치도 및 전북지역 원청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개정 노동조합법(노조법 2·3조, 일명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여 만에 전북 지역 하청 노동자들이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권리 행사에 나섰다. 하청 구조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해온 지자체와 대기업 등 ‘진짜 사장’들이 교섭 테이블로 직접 나와야 한다는 취지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18일 오전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3년의 피눈물로 열어젖힌 시대, 이제 진짜 사장이 응답해야 할 차례”라며 “전북도를 비롯한 지역 내 원청 사용자들은 즉각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조가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날 노동계가 제시한 사례는 지역 간 대응 속도의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경기 화성시는 법 시행 당일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식 공고하며 실질적 사용자로서 행정 절차에 착수했다. 반면 전북도는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는 “아이돌봄, 환경미화, 콜센터 노동자의 처우를 결정하는 것은 하청업체가 아닌 전북자치도와 각 시·군”이라며 “이미 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음에도 전북도가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개정 법안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질적 지배력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과 하급심 판례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원청 교섭 요구는 공공부문을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공개한 ‘전북지역 원청교섭 현황’을 보면 금속·건설·서비스·의료 등 주요 업종에서 동시다발적인 교섭 추진이 확인됐다.
금속 분야에서는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등이 현대자동차와 현대글로비스를 상대로, 건설 분야에서는 전북 내 100여 개 종합건설사와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 중이다. 서비스·의료 분야 역시 쿠팡 등 택배 원청사와 전북대병원·예수병원 내 미화 노동자들의 공동 교섭이 검토되고 있다.
이민경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은 “이미 대법원 판례를 통해 실질적 지배력 기준이 형성되고 있음에도 지침을 핑계 대는 것은 기만”이라며 “‘진짜 사장’들이 교섭 테이블로 직접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