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8일 미국이 이란을 폭격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초기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이란을 폭격, 전쟁의 조기 종식 가능성을 높였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및 중동 전역 미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 등을 통해 결사항전을 각오하는 이란의 대응은 그런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전쟁은 글로벌 경제 성장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악재이다. 특히 중동에서의 전쟁, 게다가 전 세계 에너지 운송량의 20% 이상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끼고 있는 이란에서의 전쟁은 성장 둔화뿐 아니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기에 그 불안감이 더하다.
배럴당 200달러의 고유가를 감당해보라는 이란과 “항복”만이 전쟁을 끝내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트럼프의 발언을 보면, 전쟁 장기화 가능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 상황의 지속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특히 중동에서의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는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국제유가를 보면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은 서부텍사스유와 북해산 브렌트유도 불안감을 높이지만, 중동에서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가격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 있다. 그만큼 에너지 수입에서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크게 높아졌다는 의미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뿐 아니라 환율 급등 역시 우리 경제에는 큰 짐을 더한다.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를 자극하며, 대표적인 글로벌 안전 자산인 달러화의 가치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
연초 달러당 1480원을 넘어서면서 고환율 기조를 이어가다 2월 중순에는 1450원을 하회하면서 환율의 안정 가능성을 높였던 우리에게 전쟁으로 인해 다시금 급등하며 1500원을 넘나드는 환율은 수입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촉매로 작용한다.
특히 에너지 수입 구조와의 연관성이 높은데, 원유 거래는 기본적으로 달러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전쟁 이전 배럴당 60달러 수준에, 원·달러 환율 1400원인 조건에선 원화 기준으로 1배럴을 수입할 때 60달러×1400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과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면 배럴당 120달러×1500원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에너지 가격 상승발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높아지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물가 상승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불편한 제한 요인이 된다.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성장, 물가, 금융 안정 중 물가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2차례 기준금리 인하에도 여전히 부진한 국내 내수 성장을 위해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동발 불안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출 뿐 아니라 외려 금리 인상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참고로 2008년과 2011년에는 국내 성장이 둔화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국제유가로 인해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당장 금리 인상 옵션이 고려되지는 않겠지만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 급등세가 이어진다면 테이블 위에 올릴 이슈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높아진 국제유가는 한국의 수입 비용을 급격히 높이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무역 적자 가능성을 키우는 악재가 될 수 있다. 또한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점증할 경우 최근 이어지는 수출의 호조 역시 주춤해질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결국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는 국내 내수 성장에, 높아진 에너지 가격은 무역 흑자 축소에 영향을 주면서 회복세를 보이는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중동 전쟁의 조기 종식이 절실한 이유이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