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터 부인의 정원
N M 보데커 글·그림 | 이혜원 옮김
주니어RHK | 32쪽 | 1만7000원
천수국, 안개꽃, 수염패랭이꽃이 피었습니다. 어디에? 고슴도치 등 위에!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이 마법 같은 사건은 샌드게이트 마을의 팍스 저택에서 시작된다.
팍스 저택에는 재스터 부인이 홀로 살고 있다. 사실 재스터 부인은 혼자가 아니다. 저택 정원에는 부인의 피아노 연주 소리를 좋아하는 고슴도치도 산다. 해가 지면 재스터 부인은 고슴도치가 활동하는 시간에 맞춰 우유접시를 내어놓는다. 따스한 5월. 부인은 정원을 새로 가꾸기 위해 흙을 모아 땅을 다지고 꽃씨를 뿌리고 물을 준다. 눈이 침침한 부인은 그곳에 고슴도치가 있는 걸 알아채지 못한다. 고슴도치도 자리를 옮길까 고민하다 살살 긁어주는 갈퀴가, 솔솔 닿는 씨앗이, 쏴쏴 내리는 물줄기 느낌이 좋아서 그대로 있기로 한다.
며칠 뒤 고슴도치는 깜짝 놀란다. 뾰족뾰족한 가시 사이로 작고 푸른 새싹이 나오더니 천수국, 수염패랭이꽃이 만개한 것이다. ‘꽃도치’가 된 고슴도치는 변한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어 꽃밭 여기저기를 폴짝폴짝 춤을 추며 뛰어다닌다. 정원 의자에 앉아 쉬고 있던 재스터 부인이 꽃 한 무더기가 뛰어가는 것을 보고 소리치며 쫓아간다. “도둑 잡아라!” 저택 앞 비탈길까지 추격전이 펼쳐지고 부인은 길을 지나던 윔플 경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경감은 꽃밭 속에 숨은 고슴도치를 현행범으로 붙잡는다. 도둑이 고슴도치였다니. 부인은 고슴도치 목에 매인 줄을 풀어주고 우유접시를 내민다. 작은 소동 뒤 둘은 연못가에서 아침 식사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공존의 얼굴은 이들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울 것이다.
1972년 출간 이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에 선정되었고, 여러 차례 복간되며 50년 넘게 독자들의 곁을 지켜온 스테디셀러 그림책이다. 섬세한 펜선과 파스텔톤 채색으로 펼쳐지는 목가적인 그림은 마음에 평화를 안겨다준다. 책 앞뒷면에 실린 세밀한 정원 지도를 보며 ‘꽃도치’가 오늘은 어디에 있을까, 상상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