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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이 질문에 '노동'이라는 전제는 빠져 있는 것이 아닐까?

요즘은 의사조차 자신들의 노동에 비해 마땅한 권리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파업하는 시대다.

저자는 조선소, 건설 현장, 제조업, 택배 운송 그리고 공원묘지 관리에 이르기까지 노동의 최전선에서 몸을 써온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하는 삶'을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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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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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써서 먹고삽니다, 노동엔 등수 없죠

입력 2026.03.19 19:58

수정 2026.03.1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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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유진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인생여전

양성민 지음

돌베개 | 255쪽 | 1만8000원

[책과 삶]몸 써서 먹고삽니다, 노동엔 등수 없죠

“너는 장래 희망이 뭐니?”

이 질문에 ‘노동’이라는 전제는 빠져 있는 것이 아닐까? 의사, 판검사, 대기업 직장인을 장래 희망으로 선호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그 직업이 주는 경제적 이득, 사회적 지위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특정 직업을 선망하면서도 정작 그 직업이 요구하는 노동의 실체를 충분히 상상하지 않는다. 성적을 기준으로 직업을 일렬로 세운다 한들, 노동에서 제외되는 이는 없다. 요즘은 의사조차 자신들의 노동에 비해 마땅한 권리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파업하는 시대다.

저자는 조선소, 건설 현장, 제조업, 택배 운송 그리고 공원묘지 관리에 이르기까지 노동의 최전선에서 몸을 써온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하는 삶’을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블루칼라든 화이트칼라든 이 지점에서 그 구분이 무의미해진다. 직장에서 하루를 보내는 삶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은 보이지 않는 계급을 가르는 도구가 아니라, 각자 살아가는 방식일 뿐이다.

물론 저자의 노동은 오롯이 육체노동이기에 이웃의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간혹 느낀다.

그의 일터는 생존의 문제와 맞닿아 있을 정도로 위태로운 때가 많다. 저자는 노동 현장의 불합리, 생명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 같은 노동 안전의 사각지대도 짚어낸다. 그러나 전투적인 고발의 언어는 아니다. 읽기 쉬운 정갈한 문체에 명랑 쾌활해 보이는 저자의 천성이 배어나와 “노동에 등수를 매길 수 있나?”라는 일갈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면 ‘인생여전’이라는 제목이 새롭게 읽힌다. 우리는 늘 인생을 바꾸는 극적인 순간을 꿈꾼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우리 인생에 진짜 로또는 아무 사고 없이 계속되는 오늘의 일상이라고. 그 일상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매일의 노동이다. 행복은 인생역전이 아니라, 인생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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