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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26.03.19 20:07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주된 관심은 서울시장, 경기지사 같은 광역단체장이나 포항시장, 목포시장, 서울 중구청장 같은 기초단체장 선거에 맞춰지고 지방의회 선거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와 분권을 실현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 장치다. 그 수도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기준 광역의원 872명, 기초의원 2988명으로 상당하다. 기초의원 선거는 선거구만 1000개가 넘는다.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올해로 9회째를 맞고 있지만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특히 지방의회의 대표성, 다양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지방의회의 90% 이상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점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872석 중 862석을 거대양당이 가져갔다. 소수정당 당선자는 정의당 2명, 진보당 3명이 전부다. 기초의원 2988석 중 2819석을 거대양당이 차지했다. 기초의원 지역구 선거에서 소수정당 당선자는 0.9%에 불과했다. 그 결과 영호남 지역에서는 사실상 1당 지배체제가 유지된다. 대구 광역의원 32명 중 31명이 국민의힘 소속, 광주 광역의원 23명 중 22명이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거대양당의 독점적 지역분점은 지방의회의 민주적 책임성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6·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지역사회와 소수정당을 중심으로 제도개혁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이런 현실 때문이다. 소선거구제인 국회의원 선거나 광역의회 선거와 달리 지방의회 기초의원 선거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 선거구에서 2~5명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 제도는 소수정당의 의회 진출 확대라는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2인 선거구제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 지역구에서 2명을 뽑게 되면 거대양당이 복수의 후보를 내세워 1, 2위를 모두 차지하거나 양당이 한 자리씩 나눠 갖게 되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구 중 52.6%가 2인 선거구였다. 당선 가능성이 없는 소수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후보 수가 의원 정수를 넘지 않아 무투표로 당선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거대양당 소속 기초의원 409명이 투표 없이 당선됐다. 서울 양천구 기초의원 16명 중 14명이 무투표 당선자다.

여야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회의원 선거구 기준 11개, 기초의원 선거구로는 30개 지역에서 3~5인 중대선거구제를 시범실시한 바 있다. 이 지역에서도 당선자 109명 중 거대양당 소속이 105명으로 압도적이었다. 다만 소수정당 당선율도 3.7%(4명)로 전국 평균 0.9%보다 올라갔고, 소수정당의 후보 공천율도 10.1%로 전체 선거구 평균 5.4%보다 높아지는 긍정적 신호가 확인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시범실시 결과 분석 보고서에서 거대양당 독점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3인 이상 선거구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기초의원 선거에서 소수정당 후보가 당선된 선거구 23곳 중 20곳이 3인 이상 선거구였다. 입법조사처는 사표를 줄이고 소수정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비례대표 선출 비율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지방선거 기초의원 비례대표 386명 중 소수정당 당선자는 1명에 불과했다.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대개혁위원회는 행정통합 지역 지방의회의 대표성과 다양성 확보를 위해 기초·광역의원 3~5인 중대선거구제 도입, 지방의회 비례대표 비율 10%에서 30%로 확대, 광역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지방선거 개혁안을 제안했다. 임미애·정춘생·정혜경 의원도 이번 통합특별시 지방의회 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한꺼번에 바꾸는 게 어렵다면 점진적인 변화도 나쁘지 않다. 준비 없는 전면 실시에 따른 혼란과 비용 낭비가 걱정된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통합특별시만이라도 중대선거구제를 적용하고, 그 효과를 검증한 후 다음 지방선거부터 전국으로 확대하면 된다. 시범실시 결과는 2028년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도 활용될 수 있다.

“제도가 제도로서 기능하지 못하면 그 제도를 손보는 게 국회의 책임이고 그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게 이번 지방선거다.” 지방선거 제도 개편을 주창해온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 임 의원의 말이다. 지방선거를 70여일 앞두고 제도를 정비 중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다른 의원들도 같은 생각일 것으로 믿는다.

박영환 정치국제에디터

박영환 정치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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