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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에서 6월 항쟁까지, 민주항쟁 궤적 헌법 전문에 새겨야

입력 2026.03.19 20:13

수정 2026.03.2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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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의 시대사색]부마에서 6월 항쟁까지, 민주항쟁 궤적 헌법 전문에 새겨야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시도는 한국 민주주의가 결코 자동적으로 유지되는 체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민주주의 내에서 발원하는 이러한 퇴행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권교체나 정치개혁을 넘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헌정질서를 보다 명확하게 재정립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헌법 개정 논의가 다시 제기되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헌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국민발안제 도입, 국민투표 범위 확대 등 직접민주주의적 요소의 강화와 함께 각종 사회권의 명확화 및 확대가 주요 의제로 논의되고 있다. 이는 당연히 추진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와 함께 가장 폭넓게 합의되는 의제가 5·18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은 이미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적 사건으로 자리 잡았고, 그 정신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왔다.

나는 여기에 더해 부마항쟁 또한 헌법 전문에 함께 수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궤적을 부마항쟁 - 5·18민주항쟁 -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시민 항쟁의 역사로 명확하게 헌법에 새길 필요가 있다고 본다.

헌법 전문은 단순한 역사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한 정치 공동체가 어떤 역사적 경험을 통해 현재의 민주주의에 도달했는지를 선언하는 정치 공동체의 집합적 기억 장치이다.

독일 헌법이 나치 경험을 반성하며 인간의 존엄을 헌법질서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포르투갈 헌법은 1974년 카네이션 혁명의 정신을 헌법적 기초로 선언하고 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 역시 아파르트헤이트를 극복한 민주화 투쟁의 역사적 경험을 헌법적 가치로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은 단지 권력 구조를 규정하는 법률이 아니라, 공동체의 역사적 경험을 기억하는 정치적 선언이다.

부마항쟁, 독재체제 균열 만들어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는 단절된 사건들의 집합이 아니라 시민 저항의 연속적 역사였다. 그 흐름은 4·19 이후 부마항쟁, 5·18광주민주항쟁, 그리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졌다.

1979년 부마항쟁은 박정희가 발 딛고 있는 영남패권 독재의 심장부에서 일어난 거대한 반란이었다. 그만큼 그것은 박정희 독재체제에 심각한 균열을 낳았고 궁극적으로 박정희 집권세력 내부의 ‘자중지란’을 촉발하고 몰락의 길을 걷게 한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부마항쟁은 10·26사건으로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부마항쟁은 1980년대 이후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가는 위대한 문(門)을 연 현대사의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물론 10·26 이후 민주주의가 곧바로 도래한 것은 아니었다. 부마항쟁으로 박정희 독재체제가 붕괴된 혼란 속에서, 이를 계승하는 전두환 신군부세력이 등장했다. 이 ‘반동’의 과정에서 자행한 광주에서의 ‘집단학살’, 그리고 그 쿠데타에 저항하는 처절한 항쟁이 바로 5·18이었다.

이 사건 이후, 광주학살의 진상규명은 그 자체가 민주화운동의 구성적 일부가 되었다. 광주에서의 집단학살로 독재는 이제 더 이상 도덕적 정당성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권력은 총칼에서 나오지만, 총칼을 쓰는 순간 가장 취약해진다. 한강 작가가 말한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린다”는 표현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 역설을 잘 보여준다.

다음으로,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부마항쟁에서 시작돼 광주 5·18의 희생을 딛고, 5·18 진상규명 요구와 함께 발전해간 민주화 투쟁의 정점이었고, 6월 항쟁은 그 전환을 제도화한 계기였다. 전국적인 시민 항쟁 속에서 군사정권은 직선제 개헌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고, 한국은 권위주의 체제를 벗어나 민주주의로 이행하게 되었다. 6월 민주항쟁은 민주화운동의 정치적 완성이었다.

6월 항쟁, 민주화운동 정치적 완성

그런데, 1987년까지의 민주화운동이 이념, 계급·계층, 지역의 차이를 넘어선 거대한 연합운동이었다고 한다면, 역설적으로 민주화가 시작되면서 민주화운동 진영은 분열의 역사를 겪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1987년 12월 대선이었다. 김대중과 김영삼의 분열 속에서 군부 출신 노태우가 당선되었고, 이후 정치 구조는 지역주의 정치로 재편되었다. 지역감정의 망령이 우리 사회를 괴롭혔다. 1990년 3당 합당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강화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부마항쟁의 역사적 위상을 복원하는 일은 단순한 역사 평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민주주의 서사(敍事)를 지역적 균형 속에서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광주가 민주화의 상징이 된 반면, 부마항쟁은 그 역사적 의미에 비해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부마항쟁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는 것은 민주화운동의 전국적 성격을 확인하는 일이자, 지역주의 정치의 극복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 민주주의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시민 항쟁의 연속성을 가진 민주주의이다. 부마항쟁, 5·18, 6월 민주항쟁, 그리고 최근의 촛불혁명까지 시민의 직접적 정치 참여가 민주주의 발전의 중요한 동력이었다. 이러한 경험은 오늘날 세계에서 주목받는 K민주주의의 중요한 역사적 토대이기도 하다. 이제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선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 이후 부마항쟁, 5·18민주항쟁, 그리고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의 역사적 궤적을 명확하게 헌법에 담아야 한다. 그것은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어떤 희생과 투쟁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를 미래세대에게 가르치는 민주시민교육의 핵심 헌법적 장치가 될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은 민주주의가 다시 퇴행하려 할 때, 헌법이 우리에게 던지는 역사적 경고가 될 것이며, 미래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헌법적 선언이 될 것이다.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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