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30대 가장과 어린 자녀 4명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된 울산 울주군 한 빌라 현관문에 19일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다. 연합뉴스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서 지난 18일 30대 가장과 네 명의 자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7살부터 생후 5개월까지 모두 어린 아이들이었다. 현장에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며 “미안하다”고 적은 유서가 남겨져 있었다고 한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참담한 일이 끊이지 않는다.
울산 일가족의 비극은 이들이 당국의 관리 대상이고, 4개 기관이 위기 신호를 감지하고도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큰 자녀의 초등학교 담임 교사는 아이가 무단결석하자 두 차례나 신고했고, 경찰·지자체가 가정을 방문했지만 아동 학대가 없어 그냥 돌아왔다고 한다. 현행 매뉴얼상 학대 여부에 초점을 두다 보니 ‘생활고와 양육의 고통’을 심각한 위기로 보지 못한 것이다. 울주군은 건강보험료 체납액이 쌓이자 지난 2월부터 위기 가구로 지정해 긴급복지 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어느 기관이든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비극은 ‘복지 신청주의’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지자체가 숨진 가장에게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권고했으나, 그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생활고에 건강까지 안 좋은 젊은 가장에겐 이런 절차가 때로 장벽이 되기도 한다. 신청주의의 한계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될 때마다 지적되지만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위험 신호가 중첩될 경우 신청 여부와 상관없이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즉각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는 복지 체계가 필요하다. 울산 일가족의 경우처럼 반복적인 긴급지원, 단독 양육, 다자녀, 소득 상실, 건강 악화 등은 하나하나 심각한 위기 징후다. 특히 아동이 포함된 가구의 경우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절실하다. 어린 자녀들은 스스로 구조를 요청할 수도 없다. 최소한 돌봄 지원만이라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다면 울산 일가족의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가난하다는 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란 토로처럼 극심한 가난 속에선 기본적 존엄성조차 지키기 어렵다. 국가와 공동체의 보살핌이 없다면 참담한 가족의 비극은 반복될 것이다. 온산읍의 경우처럼 사실상 1명이 복지지원 전체를 담당해선 위기 신호가 있어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다. 정부와 정치권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복지가 작동할 수 있도록 법령과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신청주의와 부족한 예산·인력의 한계 속에 갇혀 있어선 안된다. 제도의 사각 속에서 고립된 채 삶의 희망을 잃어가는 이들이 적지 않은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