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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동자 ‘분신 왜곡’ 사건, 이제라도 진상 규명하고 엄벌해야

입력 2026.03.20 18:05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경찰이 지난 18일 조선일보사를 압수수색했다.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씨 분신 왜곡 보도 사건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이다. 양씨 유족과 건설노조가 고소·고발한 지 34개월 만이다.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소속이었던 양씨는 2023년 5월1일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건폭(건설노동자+폭력배)몰이’ 수사에 항의하며 춘천지법 강릉지원 주차장에서 분신해 숨졌다. 사건 보름 뒤 조선일보는 ‘건설노조 간부 홍성헌씨가 양씨의 분신을 방조한 정황이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독자 제공 CCTV 화면’과 함께 보도했다.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조선일보 보도를 SNS에 공유하면서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적었다. 국회에 나와서는 “(홍씨가) 당시 상황이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는데 그 발언 자체도 매우 석연치 않다”고 했다. 심지어 월간조선은 양씨의 유서가 대필됐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보수 성향 청년단체는 홍씨를 자살방조 혐의로 고발했고, 윤희근 당시 경찰청장은 건설노조에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고인의 명예가 훼손된 것은 물론이고, 유가족과 동료들까지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홍씨는 시종일관 양씨의 분신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필적감정 결과 유서는 양씨가 쓴 것이었다. 독자 제공이라는 CCTV는 춘천지검 강릉지청 종합민원실 건물에 설치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도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제대로 된 강제수사 한번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정권 교체 직전인 지난해 5월 경찰은 조선일보 보도에 명예훼손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검찰에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원 전 장관에도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조선일보 기사가 ‘2차 가해’라면, CCTV의 영상 유출 경로도 밝히지 못한 경찰 수사는 ‘3차 가해’였다. 그동안 사건을 뭉개고 수수방관하던 경찰의 표변이 놀랍지만,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다면 사건은 암장됐을 것이다. 경찰은 이제라도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CCTV가 어떻게 무슨 목적으로 유출됐는지, 조선일보가 왜 사건을 왜곡했는지, 분신방조 의혹을 확대·증폭시킨 원 전 장관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 이와 별도로 지난 2년여 해당 사건 수사·지휘 라인에 있었던 경찰과 검찰에 대한 조사도 진행해 관련자를 모두 엄벌해야 한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2025년 7월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양회동씨 분신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2025년 7월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양회동씨 분신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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