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임박한 위협’을 빌미로 이란에 대해 선제공격(preemptive war)을 감행했다. 그러나 이 전쟁은 명분, 국내외 지지, 출구전략도 없는 국제법을 위반한 예방전쟁(preventive war)으로 비판받고 있다. 실제로 유럽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우방도 이 전쟁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목표로 삼고 있는가를 묻고 있다.
미국의 공습은 이란 군사력 파괴라는 애초 의도와 달리 핵심 에너지 및 핵 시설을 파괴했고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견을 요청하는 등 확전도 불사하고 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이란도 걸프 연안 국가의 에너지 산업기반을 파괴하고 수송로를 봉쇄하면서 ‘시간의 정치화’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 전쟁은 이란의 체제 변화도, 핵물질 제거도 없이 장기 저강도 전쟁으로 빠질 수 있다. 이미 세계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일상과 미래산업에 필수적인 부품, 소재, 광물의 공급망 생태계도 크게 교란되었다.
이란전쟁은 규칙 기반 질서를 훼손하고 미국의 세계 전략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반구에 발을 딛고 중국의 전략 공간을 축소하고자 했던 미국의 전략 구상이 통째 흔들리고 있다. 중동전쟁에 집중하느라 중국을 견제할 자원과 수단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이 이란전쟁으로 치명적 손실을 보는 단계는 아니다. 이란이 중국 선박에 대한 통항은 허용하고 중국의 전체 에너지 중 이란 의존도는 15% 수준이며, 비축유의 여력도 있다. 여기에 이란이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한 원유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시키면서 상대적으로 중국의 통화 지위가 높아지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전쟁의 최대 수혜자가 중국은 아니다. 중국은 에너지를 자급한 미국과 달리 에너지 안보에 취약하다. 만약 중동 원유국의 주요 에너지 기반시설이 파괴되면 복구에만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나프타와 같은 석화 산업의 부품, 소재 공급망도 함께 흔들릴 것이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4.5~5%로 낮춰 잡고 첨단산업 육성을 통해 미·중 간 게임체인저를 도모하고 시진핑 체제의 연착륙을 시도하고자 했다. 그러나 에너지, 부품, 소재 등 공급망 위기는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 전쟁의 영향은 이란에서 6700㎞나 떨어진 한반도에도 나타나고 있다. 첫째, 미국은 한국 군함을 호르무즈 해협에 보내라고 요청하는 등 동맹 비용을 청구했다. 그러나 명분도 없고 교전이 불가피한 ‘죽음의 통로’에 우리 군인을 보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따라서 간접적 군사 지원, 해상로를 봉쇄한 이란에 대한 정치적 규탄 성명에 동참하는 것 이상으로 행동하기 어렵다.
둘째, 중국발 공급망 위기는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이 확보한 부품과 소재를 중국의 자국 산업 보호에만 집중할 경우, 중국의 중간재에 의존하는 우리의 반도체와 자동차 등 산업군은 경쟁력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더욱이 중국이 수출통제라도 나서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중관계 정상화 국면을 활용해 공급망 위기관리 기제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북한발 변화도 섬세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이란 지도부의 참수를 보면서 관련 정보를 은닉하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의 말뿐인 이란 지원을 목격하면서 핵능력 고도화에 더욱 집착할 것이다. 물론 우리가 한반도 평화공존을 말하면서 미국의 ‘폭력을 통한 평화’ 전략을 지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전략자산을 중동에 보낸 후 발생할 안보 공백을 선제적 한반도 평화 관리를 통해 충분히 메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연기된 미·중 정상회담을 활용해 북·미 대화를 추동하고 이를 다양한 후속 회담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에만 북·미 대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미국도 이란전쟁의 출구전략으로 이를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정부는 위기 때 실력을 발휘한다. 중동 현지 교민 보호와 이송,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과 함께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긴급으로 원유를 수입했고, 추가 위기에 대비해 차량 5부제와 같은 매뉴얼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대응능력을 평가받아 대통령과 정부의 지지율도 높아졌다. 문제는 이란, 미국, 중국과 직간접으로 얽힌 복합위기가 시간을 정하지 않고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부처 간 칸막이부터 걷어내고, 문제를 중심에 놓고 집단지성을 작동시켜 최적의 선택지를 만들어낼 기민한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