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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김어준의 미디어 경쟁?

입력 2026.03.22 19:53

수정 2026.03.2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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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은 독특하다. 그중 역대 대통령과 가장 차별화되는 것을 꼽으라면 공격적인 미디어 활용과 노출이다. 이 대통령이 스스로 대형 미디어가 된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대통령의 미디어 참전은 전방위적이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등 각종 회의를 모두 생중계로 주재하며 자신의 입장을 가감 없이 밝힌다. 수반되는 논란은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 방향과 주요 정책을 알고 싶다면 생중계되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주목하면 된다. 추경 편성 방침과 재원 마련 방안은 정부의 보도자료가 아니라 회의석상 대통령의 입을 통해 공개됐다. 이런 영향으로 익명의 관계자나 대통령 측근발 언론보도가 역대 정부와 비교해 상당히 줄었다.

이 대통령은 민감한 정책도 미디어를 통해 직접 다룬다. 부동산과 관련해 엑스에 글 수십 건을 올리며 정책 방향을 알렸다. 바둑을 두듯이 시장과 고도의 미디어 심리전을 펼치는 듯한 모습이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이 대통령의 방식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이 대통령은 갈등 요소가 있는 입법 현안에 대한 의중을 드러내는 것을 피하지 않는다. 검찰개혁 방안을 두고 여권 내부가 분열 양상을 보이자 엑스에 장문의 글을 수차례 올렸다. 중수청·공소청 설치 입법을 두고 여권 내 갑론을박이 있지만 결국 사태를 정리한 것은 대통령의 엑스 글이었다.

여권 내부의 미묘한 문제에 대해서도 엑스에 기사·보도자료 공유와 짧은 코멘트로 입장을 내비쳤다. 예를 들어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엑스에 김민석 국무총리의 인천 계양구 K-국정설명회 영상을 공유하며 “수고 많으시다”라고 적었다. 전날 최강욱 전 의원이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총리가 순회하면서 국정을 설명하는 것을 처음 본다”고 한 발언에 대한 반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달 26일에는 뉴이재명 현상을 두고 지지층이 대립하자 “덧셈의 정치 산식이 집권 여당의 내부 갈라치기용 뺄셈의 산식, 권력투쟁의 언어가 됐다”고 지적한 언론사 칼럼을 공유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크게 달라진 미디어 지형의 풍경이다. 이는 ‘비주류의 비주류’ 길을 걸어온 이 대통령의 정치 이력이 투영된 모습이다. 자신을 아무도 대변해 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하기 시작했던 세월이 축적됐다. 레거시 미디어가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입맛에 맞게 비튼다는 불신도 쌓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 자주 “우리 스스로 언론이 되자”고 외쳤다. 또 지지자들에게 “댓글 하나 달고, 좋아요 하나 눌러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6일 여당 초선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지금은 1인 미디어 시대”라고 했다고 한다. 평가를 차치하고, 이 대통령은 자신의 언론관대로 스스로 강력한 1인 미디어가 된 것이다.

‘1호 취재원’이자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미디어화는 언론 지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대형 유튜버 언론인 김어준씨의 영향력 감소 조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어준씨 힘의 원천은 미디어 주류 전장이 된 유튜브에서 범민주 진영의 대변자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데 있다. 그에 대해 비판적인 논평가들은 김어준씨가 범민주 진영 권력자들 의중의 ‘해석권’을 독점할 정도였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을 실시간 수준으로 스스로 전달하면서 김어준씨의 입을 주목할 유인이 줄어든 느낌이다. 권력 핵심부의 입장을 알고 싶다면 김어준씨 방송이 아니라 대통령의 공개발언과 엑스를 보면 된다. 이 대통령이 직접 목소리를 내자 여러 현안에서 두 사람의 입장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도 노출됐다.

이러한 미디어 지형 변화는 최근 합당, 검찰개혁, 공소취소 거래설 논란을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과 권력쟁투를 읽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김어준씨나 유시민 작가와 같은 ‘대형 스피커’가 대통령이 된 정치인 이재명과 미디어에서 경쟁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러한 모습은 더욱 가속화될까? 레거시 미디어 언론인이 지니던 영향력을 뉴미디어 언론인이 가져간 시절을 지나, 생산자(정치인)와 소비자(시민)가 직통으로 연결되는 시절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범여권 내 권력투쟁만이 아니라 미디어 안의 권력투쟁 또한 새로운 장이 열렸다.

강병한 정치부장

강병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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