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지난 21일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이 펼쳐졌던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무대가 22일 철거되고 있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민간 행사에 공공 자원 대거 투입
사회적 합의 없이 시민 불편 강제
하이브 “송구·감사” 입장문에도
“특혜…서울시 지침 필요” 목소리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펼친 공연은 무사히 마무리됐지만 여러 논란을 남겼다. ‘시민의 공간’인 광장을 특정 아티스트 공연을 위해 사용한 것이 적절했는지, 이를 위해 동원된 대규모 행정력과 시민 불편은 온당했는지 등이다.
22일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공연 주체인 하이브보다 더 많은 돈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브는 광장 사용료 약 3000만원과 경복궁과 숭례문 사용 및 촬영 허가 비용 6120만원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납부했다. 그런데 행사 진행 및 안전 유지를 위해 동원된 경찰·소방·지자체 공무원만 1만명이 넘는다. 김상철 문화연대 정책위원은 “정부나 서울시의 도움 없이 순수 민간 기획사 차원에서 이런 규모의 행사를 기획할 수 있겠냐”며 “이 점만 봐도 이번 행사가 얼마나 예외적이고 특혜적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연 당일 광화문 일대는 교통이 통제되고 일반 시민의 접근이 제한됐다. 2022년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상황이지만 ‘원천봉쇄’ 방식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광화문광장은 집회와 일상, 관광이 공존하는 대표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논쟁은 더 커진다. 시민의 일상과 문화 행사를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일반 생활공간이자 도심 공간에서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불편과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이처럼 복합적 변수가 큰 행사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행사가 단순 공연이 아닌 정부 문화 정책의 연장선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은 “정부가 K팝 중심의 문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가적 통제를 하며 열린 행사이다보니 ‘정부 주도의 K팝 사업’이라는 성격을 갖게 됐다”면서 “문화는 아티스트와 팬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것인데 국가가 이를 인위적으로 연출하려 한 인상을 준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공공간 사용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정상 중앙대 겸임교수는 “서울시가 광장을 민간 행사에 활용하려면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심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행정기관의 단독 결정이 아니라 시민 대표가 참여하는 별도의 협의기구를 통해 허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BTS 공연으로 인한 시민 불편 등 비판이 이어지자 “일상에 불편을 겪었을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이브는 “경복궁과 광화문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 그리고 오늘의 문화가 함께 살아 숨 쉬는 공간”이라며 “경복궁과 광화문을 공연 장소로 내어주신 당국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연을 반드시 안전하게 치러내야 했기에 교통 및 건물 통제, 위험 물품에 대한 검색 등 불가피한 조치들이 함께 이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