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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조정훈·박수영, 당신들부터 파병 자원하라

입력 2026.03.23 14:58

수정 2026.03.2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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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660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을 규탄하고 호르무즈 파병 요구 거부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전국 660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을 규탄하고 호르무즈 파병 요구 거부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전쟁불사론자들의 가족 가운데 군 복무 중인 사람이 있는지 묻고 싶다. 혹여 동생이나 아들, 사위를 군대에 보냈다면 전쟁이란 말을 그리 쉽게 꺼내지 못할 테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이런 내용의 칼럼을 썼다.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의 호전적 행태를 비판하면서다. 이 세력의 DNA는 변하지 않았다. 16년이 지난 지금, 국민의힘에서 ‘호전 DNA’가 다시 스멀스멀 기어나오고 있다.

총대를 멘 이는 안철수 의원이다. 안 의원은 지난 19일 ‘호르무즈 파병을 경제와 안보자산 확보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파병 요청을 안보 전략자산 확보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며 “적극적 참여를 조건으로 신속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 등에 대한 확답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전 위험 등 리스크”가 있다는 점도 언급하면서다.

3대 키워드는 수단·기회·조건이다. 국민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지만 전략자산이 더 중요하니 ‘딜(deal)’을 하자는 것이다. 망언이다. 전략자산이 아니라 알래스카를 통째로 떼어준다 해도 주권자의 목숨은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

조정훈 의원도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파병이 곧 국익”이라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파병을 선언한다면 대한민국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금이 아니면 너무 늦다”며 조바심까지 보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러나 일본 국내법을 들어 파병에 선을 그었다. 박수영 의원은 정유업계 간담회에서 선제적 파병을 요구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을 지목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호응한 나라는 없다. 자존심 상한 트럼프는 “도움은 필요없다”고 했다가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들이 관여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국내 여론은 싸늘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20일 공개한 정례 여론조사에서 ‘군함 파견 반대’가 과반(55%)이었다. 모든 지역·연령대에서 반대가 많았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전문가들도 부정적이다. 구축함 ‘최영함’ 함장을 지낸 김현일 전 해군참모차장은 “기뢰 제거 없이 호르무즈에 간다는 것은, 눈 감고 지뢰밭으로 걸어들어가는 것과 같다”(3월 19일 한국일보)고 말했다.

파병할 경우 전 세계 한국인과 한국 관련 기관이 테러 표적이 될 우려도 있다. 세예드 마란디 테헤란대 교수는 “한국 군함이 호르무즈로 향하는 것 자체가 이란에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것”(3월 18일 세계일보)이라고 했다. 마란디는 과거 미·이란 핵협상 과정에서 이란 대표단 특별보좌관을 지낸 인사다.

무엇보다 이 전쟁은 명분이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 “이란은 ‘임박한 위협’이 아니었다”는 미 행정부 내부 폭로까지 나왔다. 조 켄트 미 국가대테러센터 국장은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미국 내 로비에 의한 압력으로 시작됐다”며 사퇴했다.

미·이란 핵협상을 중재했던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교장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협상에서 양국은 “진정한 합의 직전”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회담이 끝난 지 48시간 만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침공했다.

우파의 파병론자들에게 세계 평화나 인류 공영을 거론할 생각은 없다. 그들의 주요 관심사인 경제 이야기만 하자.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확전을 부추길 처지가 아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왜 파병을 외치는 걸까. 중도층이 국민의힘을 떠나간 후 당내 주류가 된 극우세력에 코드를 맞춘다는 의심이 든다.

‘윤 어게인’을 외치는 유튜버 전한길씨는 지난 17일 “윤 대통령(전 대통령 윤석열씨)이었다면 한미동맹을 위해 즉각 파병을 논의했을 것”(전한길뉴스 라이브)이라며 파병을 촉구했다. 전씨 발언 이후 국민의힘에서 파병 찬성 발언이 쏟아진 걸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0%인데 이들 지지자 중 56%는 파병에 찬성하는 걸로 나왔다. 전 국민의 과반이 반대하는 것보다, 극소수라도 핵심 지지층이 찬성하는 게 의원들에겐 중요한 모양이다.

시민의 생명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만약 청년들을 사지로 내몰아야 할 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면, 안철수·조정훈·박수영 의원부터 파병을 자원하기 바란다. 고인이 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제2차 세계대전 때 공주 신분으로 입대해 트럭 운전병으로 복무했다.

64세(안), 54세(조), 62세(박)라 해도 쓰임새는 있을 것이다. 의사인 안 의원은 군의관으로, 세계은행 출신 조 의원과 미국 대학에서 석·박사를 한 박 의원은 통역관으로 복무할 수 있겠다. 6·3 지방선거 이후 당권을 노린다면 지지자들에게 어필할 절호의 기회 아닌가. 전장에 뛰어들 배짱이 없다면, 노이즈 마케팅을 멈추라. 입을 다물라.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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