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 팬들이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ARIRANG)’ 공연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백범 김구 선생이 1947년 쓴 ‘나의 소원’에서 문화강국 비전을 제시한 것은 생각할수록 놀라운 일이었다. 19세기말 열강의 침략을 당한 이래 한민족의 꿈은 ‘부국강병’이었고, 일제 지배에서 갓 벗어난 당시 뭇사람들 염원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범은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며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고 했다.
백범이 부국강병 대신 문화강국을 내세운 것은 열강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한계를 고려했기 때문인지, 독립투쟁 수단으로 의존했던 무력의 덧없음을 절감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그의 혜안은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요즘 빛을 발한다. 밝고 좋은 한류 뉴스엔 어김없이 “김구 선생님, 보고 계시죠?”라는 댓글이 달린다.
BTS가 지난 21일 광화문광장 공연에서 부른 ‘Aliens(이방인)’는 한국 문화가 세계 표준임을 선포한다. “From the 가나 to the 하 / Learn from us(가나에서 하까지 / 우리를 보고 배워)” “Everybody know now where the K is(이제 모두가 코리아가 어디인지 알지)” “If you wanna hit my house(내 집에 들어오고 싶다면) / 신발은 벗어놔” “예의를 차려 / we aliens(우리는 이방인) / 해는 동쪽에서 risin’(뜬다)”
BTS는 “눈만 허벌나게 큰” 서양인들에게 “태생부터 다른 seven aliens(7명의 이방인)”이 한글을 가르치며, 한국에 오려면 ‘신발을 벗는’ 예의를 갖추라고 명한 뒤 “Pardon 김구 선생님 tell me how you feel(실례합니다. 김구 선생님 기분이 어떠신가요)”라고 묻는다. BTS의 정규 5집 앨범 ‘아리랑’은 서구의 대중음악 문법 대신 한국적 정서가 새 시대의 표준임을 입증하겠다는 의기에 차 있다.
광화문의 지난 주말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바랐던 백범의 꿈이 현실이 된 시간이었다. BTS의 음악은 세계의 모범이 되는 힘은 총칼이 아니라 마음의 벽을 허무는 문화임을 내다본 백범에 빚을 졌다. 올해는 유네스코가 정한 ‘백범 탄생 150주년 기념해’다. 백범이 지난 주말 광화문을 지켜봤더라면 ‘how he fe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