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도움을 받아 글을 쓴 지 3년이 되어간다. 초기에는 천연덕스럽게 없는 것을 있다고 거짓말하는 환각 현상을 주의하느라 신경을 썼다. AI의 성능이 발전하고, 프롬프트를 잘 짜게 되면서 논문 작성, 강의 준비, 발표 준비 등 모든 과정에 AI를 쓰게 됐다. 원고를 윤문하거나 외국어를 번역하는 가장 낮은 수준에서, 문헌과 자료를 채팅 창에 ‘쏟아붓고’ 요약하는 중간 수준, 연구 방향을 주고 관련 문헌을 검색해 연구를 설계하는 높은 수준까지, 모든 수준을 오르락내리락하게 됐다.
얼마 전부터 앤트로픽에서 출시한 바이브 코딩 도구인 ‘클로드 코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데이터 출처만 알려주고 분석 방법을 말로 표현하면 된다. 틀린 것을 지적할 수 있는 사용자의 지식이 있다면, 작업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진다. 컴퓨터만 켜놓으면 텔레그램을 통한 원격조정으로 작업 지시가 가능하다. AI 서버로 사용하기 위한 맥미니 수요가 폭등했다. 코딩이 얼마나 의미가 있나 고민이 든다.
AI가 ‘바보 같은 답’을 내놔서 고치느라 시간이 소모됐다던 연구자들의 푸념도 확실히 줄어들었다. AI를 사용하지 않는 연구자를 찾는 게 전공불문 어려운 일이 됐다. 토큰(연산 용량)을 늘리기 위해 월 200달러 이상을 내는 사람도 찾기 어렵지 않다.
물리학적 비용과 생태학적 제약 수반
마이크로소프트 산하 AI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기준 전 세계 인구의 약 16%가 생성형 AI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 매월 쓰는 사람이 10억명이다. 기업과 공공기관도 막대한 연산을 AI로 처리한다. 챗GPT 같은 챗봇은 물론이고 클로드 코워크 같은 개인형 AI 에이전트, CODEX나 클로드 코드 같은 바이브 코딩 툴은 편의성을 하루가 다르게 높이며 사용자 수를 가파르게 늘리고 있다. 한번도 안 쓴 사람은 있어도, 몇번 쓰고 그만 쓰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같은 내용의 데이터 정리와 시각화를 AI에 맡기는 사람이 한 시간이면 끝낼 일을, AI 없이 하는 사람은 하루가 걸린다.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도구가 제공하는 생산성 차이에서 격차가 비롯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좁히기가 더 어려워진다.
한국은 기술적 도전이 올 때마다 저변을 ‘확산하는’ 방식을 채택해왔다. 1999년 김대중 정부는 ‘정보화 시대’를 목표로 염가형 ‘국민 PC’를 보급하고, 월 3만원짜리 컴퓨터 교육 과정을 국비보조로 확산시켰다. 주산을 배우고 ‘홈패션’이라는 이름으로 미싱을 배우듯 국민들은 인터넷 접속법, 뱅킹, 문서 작성법을 익혀 IT강국을 만들었다.
10년 전 알파고 쇼크로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불자, 초등학생부터 취준생까지 코딩과 데이터 분석을 익혔다. 같은 논리라면, 이제 모든 노동가능 인구가 AI 프롬프트 작성법이나 바이브 코딩을 배워야 한다. 한국은 AI 활용률이 30.7%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기록했고, 2025년 하반기에만 5%포인트 상승했다.
그런데 AI 확산에는 물리적 비용과 생태학적 제약이 수반된다. 모든 인구가 AI를 학습하려면 더 많은 토큰과, 전기와 물을 써야 한다. AI 연산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처리하는 데이터센터의 입지 선정은 전 세계적인 갈등의 원천이다. 어느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데이터센터를 반기지 않는다. 발열과 냉각에 따른 수자원 고갈, 전자파 우려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양질의 고용을 약속하지만, 달성한 사례는 많지 않다. 무인도라 해도 전력망 구성의 고차방정식을 쉽게 풀기 어렵다. 대형 AI 데이터센터 하나가 1GW(기가와트)로 원전 1개 용량, 100만명 도시 하나의 전력을 소모하고 탄소를 배출한다. 재생에너지라 해서 전력을 무한정 공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처럼 AI 활용이 늘어나면 인프라가 입지할 수 있는 선택지는 더 좁아질 것이다.
AI 전환에도 필요한 건 민주주의
무제한적인 에너지 공급과 AI의 에너지 사용 극소화를 달성할 수 없는 이상, 우리의 AI 사용 방식에는 규칙이 필요하다. AI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총량 관점에서 ‘탐욕적인 탄소발자국 증가’를 어떻게 제약할지 조율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메시지는 글로벌 경쟁의 다급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아직 AI 인프라의 ‘확산’과 ‘성장’이라는 발전국가적 구호에 기울어져 있다. 모든 비용을 미래로만 이연시킬 수는 없다. AI 전환 과정에도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