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중동전쟁 확대·장기화에 대응해 비상대응 체계의 선제적 가동을 지시했다. 정부는 공공부문 차량 5부제(요일제) 시행, 국민 에너지 절약 유도 등 수요 억제에 들어갔다. 중동전쟁은 종전·확전의 고비를 맞고 있지만, 그간 중동 내 기반시설 파괴로 에너지 수급 위기 장기화는 현실로 봐야 한다. 정부는 단기·중기·장기 비상계획을 촘촘히 마련해 국민 불안을 덜고 실물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길 바란다.
정부의 조처는 공급 안정에서 수요 억제로 초점을 확대해 본격적으로 ‘중동발 비상경제’ 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공부문 차량 5부제는 당장 25일부터 시행된다. 민간부문은 자율로 하되 대중교통 이용·적정 실내온도 유지 등 에너지 절약 12가지 국민행동을 홍보키로 했다. 석유류 사용량 상위 50개 업체에 절감 계획 수립도 요청했다. 석탄발전 운전 제약 완화, 정비 중인 원전 5기 재가동 등 액화천연가스(LNG) 소비 축소를 위한 에너지 믹스도 조정한다.
에너지 수급 불똥이 실물경제로 옮겨붙고 있다. 최근 국내 주요 나프타 분해시설(NCC) 가동률은 60%대로 급락했다. 비닐 등 일부 생활필수품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건설업과 자동차·전자·해운·관광 등의 연쇄 타격도 우려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호르무즈 봉쇄가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국내 제조업 평균 생산비가 11.8% 상승해 산업 전반이 충격을 받게 된다.
상황의 심각성에 비춰보면 더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 당장 석유화학 제품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는 만큼 어디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수급 우려 품목을 미리 살피고 제재가 풀린 러시아산 원유·나프타 도입 등 대체공급망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 대중교통 파격 할인 지원이나 에너지 절약 보상 등 에너지 저소비 구조로 가기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당정이 전례 없는 속도로 처리키로 한 ‘전쟁 추경’을 여기에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위급한 상황을 국민에게 알려 에너지 소비 절약을 위한 협력도 구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5일간 공격 유예’ 후 종전 협상이 모색되면서 중동전쟁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양측이 타협점을 찾길 고대하지만, 서로 요구하는 조건이 만만찮아 낙관할 수 없다. 외신들은 종전이 된다 해도 국제 석유·가스 시장은 최소 4개월간 공급 부족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고유가·고환율·고물가의 ‘3고 고통’은 올해 내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부·정치권·기업·가계가 모두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비상계획 실행에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