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5일 취임했다. 이혜훈 후보자 낙마로 80일 넘게 이어진 신생 부처의 수장 공백도 해소됐다. 지난 1월 기획재정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뉘었다. 모든 중앙부처 예산안을 조정·편성하는 부처가 재탄생한 것이다. 박 장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멀리 내다보고 전략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며 국가 전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기획예산처의 존재 이유”라고 밝혔다. 또 “재정은 곳간에 쌓아두는 재보(財寶)가 아니라 경제의 실핏줄마다 온기를 전하는 ‘살아 있는 에너지’여야 한다”고 했다. 기획처 분리·독립 취지에 맞고, 중동발 ‘유가 쇼크’로 민생·경제 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 시의적절한 언급이다.
박 장관은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현역 의원이다. 그의 임명엔 정치적 결단이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정책은 예산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반영됐다고 본다. 옛 기획예산처(1999~2008년)를 포함해 정치인 출신이 부처 수장을 맡은 건 처음이다. 그동안 정부의 기획예산 업무는 재정건전성을 우선시하는 경제관료들이 주도했다. 불요불급한 분야에 예산 낭비를 막은 장점도 있지만, 복지나 미래전략 등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도 예산실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다. 기획처는 나라 곳간을 지키면서 민생을 보듬고 국가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데도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 장관의 첫 번째 임무는 ‘전쟁 추경’ 편성이다. 윤석열 내란에서 회복 국면에 접어들던 민생과 경제가 고유가로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선 고환율은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방불케 한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언제 끝날지, 설령 종전이 돼도 ‘3고’(고유가·고환율·고물가)의 터널을 벗어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가늠조차 어렵다. 박 장관은 당정이 합의한 25조원 규모 추경 편성 작업을 빠르면서도 적재적소에 내실 있게 마무리해야 한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감세와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며 재정 여건도 나빠졌다. 이번 위기가 극복되면 증세 등으로 나라 곳간을 채울 준비를 해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지난해 48.6%로 1년 새 5.0%포인트 상승했다. 기획처 역할이 막중하다. 재정개혁으로 허투루 새는 혈세를 막고, 국가 예산을 효과적으로 편성해 민생과 미래 두 토끼를 잡아야 한다. 박 장관 말대로 성역 없는 지출 구조조정으로 단 1원의 세금도 낭비되지 않도록 관리하되, 국민의 삶을 지키고 미래를 여는 일에는 결코 머뭇거려선 안 된다.
박홍근 신임 기획예산처 장관이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예산처로 첫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