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군 제66독립기계화여단 장병들이 하르키우 지역에서 브라우닝 M2 기관총이 장착된 무인 지상 차량을 시험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자료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 넘게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온라인 도박 중독 문제가 심화하자 정부가 접근 제한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25일(현지시간) 키이우인디펜던트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디지털전환부는 계엄령 기간 온라인 도박 접근을 제한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군인과 그 가족을 도박 중독의 위험과 부작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이번 조치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 도박 플랫폼에 접속하는 이용자는 도박 금지 대상자 명단과 군인 명부를 기준으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해당 명단 중 하나라도 포함될 경우 게임 접속이 차단된다고 당국은 밝혔다. 플랫폼 운영자에게는 차단된 이용자가 군인인지 여부가 통보되지 않으며, 개인정보도 제공되지 않도록 해 정보 유출을 방지할 방침이다.
당국은 해당 프로젝트가 국방부와의 협력을 통해 추진되고 있으며, 도박 시장 규제 기관인 플레이시티가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담당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2009년 도박을 전면 금지했으나 세수 확보 등을 위해 2020년 부분적으로 합법화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는 온라인 도박 중독에 빠지는 군인이 늘고 있다. 전선에서의 스트레스를 도박으로 해소하려다 월급을 탕진하고 빚더미에 앉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군 기강 해이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또 관련 사이트 가입 과정에서 러시아 등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커지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제59독립차량화보병여단 소속 파블로 페트리첸코 하사는 2024년 3월 “도박이 군대를 좀먹고 있으며, 병사들이 전장에서 번 돈을 카지노에 바치고 빚더미에 앉아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며 강력한 규제를 청원했다.
해당 청원을 작성한 페트리첸코 하사는 2024년 4월 15일 도네츠크주에서 전사했다. 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계엄령 기간 온라인 도박을 제한하고 군인의 참여를 금지하는 법령에 서명하기 불과 닷새 전이었다.
2025년 2월에는 우크라이나 온라인 카지노 업체 ‘핀업(Pin-Up)’ 대표가 러시아와의 연계 의혹으로 체포됐다. 수사 결과 해당 업체의 실소유주는 러시아 국적자로 확인됐으며 이들이 우크라이나 군인을 포함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도박을 감시하는 규제 기관의 부패 문제도 불거졌다. 2020년 도박 합법화와 함께 설립된 KRAIL은 위원들의 뇌물 수수 의혹과 특정 업체 로비 수용 등 각종 부패 논란에 휘말렸다. 특히 핀업 등 러시아와 연계된 업체들의 영업을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정부는 기존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KRAIL을 해체하고 디지털전환부 산하에 플레이시티를 신설했다. 이는 도박 규제를 ‘행정’이 아닌 ‘디지털 시스템’으로 전환해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플레이시티는 도박 데이터를 전자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이번 ‘군인 접속 차단 시스템’의 운영과 관리를 담당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