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수준서
2029년까지 45%로 단계적 인하 추진 발표
희귀질한 치료제 심사 기간 축소 특혜 논란도
정부가 2012년 이후 14년만에 제네릭 약가를 인하하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내놨다. 사진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식행사에서 발언하는 모습이다. 문재원 기자
정부가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수준인 제네릭(복제약) 약가를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45%까지 낮추는 방안을 내놨다. 2012년 이후 14년 만의 약가제도 개편으로 건강보험 중 약가비 재정 절감이 기대된다. 다만 희귀질환 치료제의 심사 기간을 대폭 줄이는 등 제약사에 과도한 특혜를 부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네릭 약가 45%로 단계 인하
보건복지부는 26일 제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심의·의결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동일 성분 제네릭이 일정 수 이상 등재될 경우 약가가 오리지널 대비 53.55% 수준으로 수렴하는데, 이를 45%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약가를 51% 수준으로 인하한 뒤 매년 2%포인트씩 낮춰 2029년 45%까지 조정할 계획이다.
다만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서는 특례를 적용해 인하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각각 4년,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해 일반 기업보다 3년 늦은 2032년에 45% 수준에 도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2013년 이후 등재된 약은 인하 시작 시점이 더 늦어져, 2036년에 45%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은 직전 3개년도 평균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 등이 일정 기준을 충족한 기업이다. 복지부는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그룹별로 연차별·단계적 조정을 약 10년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도 기존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한다. 혁신 치료제의 심사 기간을 줄여 환자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약가 인하 배경과 효과는? 제약업계는 반발
정부가 약가제도를 구조적으로 손보는 것은 2012년 이후 14년 만이다. 당시에는 제네릭 약가를 오리지널 대비 약 53.55% 수준으로 낮추고, 동일 성분 의약품에 동일 가격을 적용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가격 경쟁을 통해 제네릭 약가가 추가로 인하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산업 구조와 영업 경쟁 등의 영향으로 가격 인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한국의 제네릭 가격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무려 2.17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 약품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약 28조원 규모로, 전체 급여비의 약 4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2037년까지 약 2조4000억원의 재정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 본인부담 기준으로도 약값이 약 15%가량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약가 인하 방안을 두고 제약업계는 산업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며 반발해왔다. 제네릭 판매 수익을 신약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구조에서 약가가 낮아질 경우 연구개발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제네릭 비중이 높은 중소 제약사의 경우 매출 감소로 경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당초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40% 초반까지 낮추는 방안까지 폭넓게 검토했으나, 업계 반발 등을 고려해 45%선에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제약사 특혜”…정부 “사후평가로 보완”
시민단체는 이번 개편안이 제약사에 과도한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등 보건의료시민단체가 참여한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환자의 희망을 볼모로 제약사만 배불리는 ‘프리패스’ 등재”라며 비판했다. 정부는 희귀질환 치료제 등의 등재 기간을 단축하는 대신 사후 평가를 통해 임상적 효과를 재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신약의 비용효과성 평가에 사용되는 ICER 기준도 기존보다 완화하기로 했다. 혁신적 신약임에도 ICER 기준이 엄격해 도입이 늦어지는 경우를 방지하겠다는 목적에서다.
단체들은 “개발 단계에서 3상 임상시험을 생략하거나 임상적 효과를 충분히 증명하지 않고도 허가를 받을 수 있다”며 “개편안대로라면 효과가 불분명한 약이 검증 없이 건강보험에 오르고 제약 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얻으나, 이후 효과 부재로 환자 피해가 발생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올해는 개편안대로 우선 시행을 하고, 정책 연구를 통해 2027년에 사후 평가를 구체적으로 제도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