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니토
빅터 D. O. 산토스 글·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이지원 옮김 | 창비 | 76쪽 | 1만6800원
‘나’는 방학이 싫다. 친구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훌쩍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바로 그 때, 빨간 모자를 쓴 외국인 아주머니가 등장한다. “이제 시간이 되었단다.”
나는 묻는다. “무슨 시간이요?” 아주머니가 답한다. “우리가 버스를 탈 때, 어떤 노선을 선택하든 한 가지는 분명해. 모두 마지막 정거장에 다다른다는 거지.” 나는 또 묻는다. “언젠가는 모두 죽는다는 말인가요?”
아주머니는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낸다. 표지엔 ‘피니토’라고 쓰여 있다. “여기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책장을 펼치자마자 나는 꿈을 꾸듯 빨려 들어간다. 아이였을 때, 우리집 강아지를 처음 만났을 때가 보인다. 이번엔 일곱 번째 생일날이다. 내가 촛불을 끄니 부모님은 다시 불을 붙인다. 내 웃는 모습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서란다. 다음장의 나는 청소년이다. 강아지가 링거를 꽂은 채 누워 있다. 더 넘기니 꽃을 든 내가 연인을 향해 달려간다.
아이였을 때 그림과 비슷한 장면이 다시 등장한다. 배경도 구도도 같은데 다른 건 단 하나. 새근새근 잠든 아이 대신 듬성한 백발의 할아버지가 누워 있다. ‘책이 끝나면 슬프지만, 결말을 알게 되어서 기쁘기도 해.’ 그리고 이어지는 독백. ‘나는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요.’
책의 화자인 ‘나’는 미래를 본 걸까, 과거를 회상한 걸까. 힌트를 주자면 피니토(Finito)는 이탈리아어로 ‘끝난’ ‘유한한’이다.
“누구나 정해진 만큼의 숨을 안고 태어난단다. … 그러니 천천히, 깊게 숨을 쉬렴. 한 번 한 번을 온전히 느끼면서. 어떤 숨이 마지막이 될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