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인
라미 카민스키 지음 | 최지숙 옮김
21세기북스 | 264쪽 | 1만6900원
MBTI 성격유형 검사가 보편화된 이후 사람들이 자신을 ‘내향인’ 혹은 ‘외향인’이라 소개하는 일이 잦아졌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이 처음 제안한 내향-외향성은, 혼자만의 시간으로 에너지를 받는 ‘내향’적 인간과 외부세계 및 타인에게서 에너지를 받는 ‘외향’적 인간이 있다는 분류 개념이다. 저자는 내향-외향의 틀에서 벗어난 유형도 존재한다며 새로운 성격 개념인 ‘이향인’(otrovert)을 제시한다.
이향인은 에너지 흐름을 나(내향)와 세상(외향)의 이항대립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향인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공동체 중심의 세상에서 ‘군집적 사고’를 거부하고 외부인으로 존재한다.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지 않지만, 사회적 집단에 진정으로 속한다고 느끼지 않는다. 사회적 관행을 따르지 않고, 대중문화 등 남들의 관심사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사고의 출발이 세상이 아닌 ‘나’이기에 어느 방향이든 다른 생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다.
이향인들은 공동체가 중심이 된 사회에서 사회성이 부족하다거나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성격은 결핍이 아닌 일종의 기질이며, 이해되어야 할 성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니 자신을 ‘세상과 어긋난 사람’이 아닌 세상을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혼자서도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라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40여년간 수천 명을 상담했으며, 뉴욕시통합정신의학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는 자신이 상담한 사례들을 나열하며 이향인의 특성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다만 이향인이라는 개념이 새롭고 매력적인 데 비해, 이향인이 되기 위한 단서 조항은 다소 단정적인 점에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