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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달러의 추억과 ‘말통 패닉’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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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달러의 추억과 ‘말통 패닉’을 넘어

입력 2026.03.26 20:07

수정 2026.03.27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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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사이 화물운송인들 사이에 작은 소란이 일었다. ‘요소수 말통’이란 물건 때문이다. 화물운송인들이 주로 쓰는 20ℓ짜리 요소수 플라스틱 통인데, ‘생산금지’설이 한 촉매가 됐다. 갈등은 이 말통의 원료인 나프타 생산이 잘 안되니, 결국 요소수 가격도 오를 것이란 걱정에서 비롯했다. 이에 “유언비어 퍼뜨리는 거냐” “호들갑 떠는 애들 탓에 가격 뛴다”는 날 선 댓글들이 꼬리를 물었다.

소비자들이 중동 사태로 무척 예민해져 있다. 2021년 문재인 정부 때 요소수 대란이 떠올라서다. 당시 중국산 요소수 수급 문제가 불거졌지만, 과도한 공포심이 값을 2~3배 이상 밀어올렸다. 특히 디젤승용차는 10ℓ 요소수로 1만㎞ 정도 운행이 가능해 1년에 2~3번만 넣으면 된다. 반면 1주일에도 몇통씩 써야 하는 화물차주들이 진짜 걱정이었다. 실력없던 정부가 소비층을 세심히 나눠 ‘각개격파’를 하지 못한 탓에 ‘패닉바잉’을 부추긴 꼴이다.

일반인들은 알 필요도 없는 화학원료 용어가 요즘 귀에 익어간다. 한동안 ‘납사’로 불리던 나프타(Naphtha)다. 석유화학 담당기자를 했어도 나프타가 이렇게나 주목받을 줄은 몰랐다. 나프타 수급 걱정에 예민한 소비자들이 벌써 기저귀, 쓰레기 종량제 봉투 등에 사재기성 행보까지 보이고 있단다. 나프타는 일반인은 몰라도 될 말인데, 도널드 트럼프 각하 덕에 온 국민이 화학 전문가가 될 판이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는 또 웬 말이냐.

앞서 2008년 봄에도 자고 나면 연일 기름값 뛴다는 소리였다. 그해 초 배럴당 70달러쯤 하던 국제유가가 7월 무려 147달러를 찍었으니 말이다. 서울 시내에선 휘발유가가 ℓ당 2000원을 넘은 곳들이 속출했다.

그래서 나온 게 ‘이명박표 알뜰주유소’와 오늘날 널리 쓰이는 석유공사 ‘오피넷’의 지역 주유소별 기름값 정보다. 요즘도 나는 매번 주유하러 가기 전 오피넷 유가부터 살핀다. 이를 토대로 ‘만땅’을 넣을지, 10~20ℓ만 넣고 1주일 정도 버텨볼지 답이 나온다.요즘은 오락가락 변덕 심한 각하의 심기까지 살피느라 주유량 결정하기가 참으로 피곤하다.

당시 다급해진 이명박 정부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공인회계사 출신인 점을 내세워 “직접 원가 계산을 해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털면 다 나온다’는 압력성이다. 그러나 결국 더 몰아붙이지 못했다. 큰 벽에 가로막혀서다. 바로 20조원대 세수를 책임지는 유류세다.

현재 기준 휘발유가 ℓ당 1820원이라면, 교통에너지환경세 492원, 교육세 73.8원, 주행세 127.92원 등 총 693.72원(약 38%)이 세금이다. 여기에 판매부과금 36원과 부가가치세 10%까지 얹으면 사실상 세금 부담이 기름값의 44%까지 늘어나는 구조다. 참고로 미국은 캘리포니아 등을 빼면 주별 유류세가 휘발유 갤런(3.78ℓ)당 30~40센트 선이다.

27일부로 유류세를 대폭 낮춘 건 빠르고 적확한 대처다. 그러나 부자가 더 혜택을 누리는 건 딜레마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는 1년간 유류세율을 28% 인하할 경우, 소득 상위 10% 가구(38만3000원)가 누리는 감면 혜택이 소득 하위 10%(1만5000원)의 25.5배에 이른다고 짚었다.

2008년 취재 때 2~3주일 동안의 국내외 가격 변화폭을 소수점까지 꼼꼼히 짚어봤는데 한계가 있었다. 해소하지 못한 의문점이 한 가닥 걸려서다. 바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원유가와 연동되는 게 아니란 점이다. 대신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가격(MOPS)에 따라 오르내리는 구조다.

가장 깔끔한 방법은 국제 제품가가 아니라, 원유가와 연동해 국내 휘발유·경유값을 정하는 게 아닐까 싶다. 즉 원료 도입가와 정제비, 유통물류비, 적정 이윤, 세금을 계산하면 얼추 제품값이 나온다. 예컨대 ‘원유가가 배럴당 70달러면 국내 휘발유는 ℓ당 1500원’ 같은 식이다.

2008년 최고점을 찍은 유가는 그 직후 미국발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져 그해 10월 배럴당 60달러에 이어 연말에는 33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너무 일희일비하며 호들갑 떨 일이 아니란 얘기다. 수요 억제책이나 가격 관리도 필요하지만, 정부는 부정확한 소문에 민심이 동요치 않게 ‘명확한 신호’를 주며 핸들을 꽉 잡는 게 우선이다.

나랏님 이하 당국자들이 늘 명심해야 할 게 있다. 하루하루 입에 풀칠해야 하는 소비자들에게 ‘환경론자’나 ‘애국자’가 되길 기대해선 안 된다. 이들이 유언비어에 휩쓸려 다니지 않게 하는 게 나라의 책무다.

전병역 경제에디터

전병역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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