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고에도 빨리 반영…210원보다 더 올리기도
다음달 9일까지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가에 적용하는 ‘2차 석유 최고가격’ 시행일인 27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정부가 휘발유·경유·등유의 최고가격을 1차보다 210원씩 인상한 2차 최고가격을 고시한 첫날,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일부 주유소는 210원보다 더 올려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주유소들이 1차 최고가격으로 재고를 보유한 상황이라 가격 반영에 빠르면 2~3일이 걸릴 것이라 봤지만, 주유소들의 반영은 정부 예상보다 빨랐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을 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ℓ당 평균 판매가는 전날보다 10.84원 오른 1830.19원이었다.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은 전날보다 15원 오른 1862.57원이었다.
경유도 유사한 폭으로 올랐다. 전국 주유소 경유 ℓ당 평균 판매가는 전날보다 10.45원 오른 1826.25원이었다. 서울 주유소 경유 평균은 전날보다 14.59원 오른 1850.86원이었다.
휘발유와 경유 평균 판매가가 하루 만에 10원가량 오른 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발발 직후였던 지난 7일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기름값 안정을 위해 압박하고, 석유 최고가격제를 지난 13일 시행한 뒤로는 지속해서 내림세를 보였다.
석유 최고가격은 정유사가 주유소나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가격의 최고액을 정하는 것인데, 일부 주유소는 최고가격 인상 폭보다 더 높게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자료를 보면, 부산 강서구의 한 주유소는 휘발유 가격을 전날보다 270원 올렸다. 인천 강화군의 한 주유소는 경유 가격을 전날보다 282원 인상했다.
이날 오전 5시 기준 휘발유 가격을 하루 만에 올린 주유소는 전국에서 843개에 달했다. 경유 가격을 올린 주유소 821개에 달했다. 휘발유 가격을 올린 주유소를 정유소별로 보면 에쓰오일 주유소가 229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SK에너지(205곳), HD현대오일뱅크(177곳), GS칼텍스(174곳) 순이었다. 알뜰주유소 36곳도 휘발유 판매가를 올렸다.
정부는 이날 0시부터 2차 석유 최고가격을 보통 휘발유 1934원, 자동차용 경유 1923원, 실내 등유 1530원으로 고시했다. 3개 유종 모두 1차 최고가격(ℓ당 휘발유 1724원·경유 1713원·등유 1320원)보다 210원씩 올렸다. 다만 주유소 재고 물량이 있어 주유소들이 판매가를 올리는 데 2~3일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2차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더라도 주유소 재고 물량들은 1차 때 받은 물량이기 때문에 가격이 즉시 올라가는 건 부당하지 않나 판단한다”며 “소비자들이 조금 빨리 소비를 하는 걸 감안하면 한 2~3일 정도 후부터는 가격이 조금씩 오를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27일이나 28일에 가격을 올린다면 문제가 있는 주유소이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1차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는 동안 저렴하게 매입한 재고가 남아 있는데도 판매가격을 즉시 인상하거나 1차 시행 이후 가격이 점진적으로 인하되었던 흐름과 달리 과도하게 빠른 속도로 가격을 올리는 경우를 중점적으로 살펴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