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란 발전소·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열흘 더 유예했다. 이로써 공격 유예 만료 시한은 27일에서 다음달 6일 오후 8시(한국시간 7일 오전 9시)로 미뤄졌다. 미국·이란 전쟁을 끝낼 ‘외교의 시간’이 더 늘어난 건 다행스럽지만, 여전히 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
트럼프는 SNS에 올린 글에서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이렇게 늦췄으며, “현재 대화가 진행 중인데 아주 잘 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란과의 합의를 절실히 원한다고 하지만, 그 역시 사정이 여의치 않다. 이번 전쟁에 대한 미국 내 비판 여론이 큰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면서 유가가 급등하고 금융시장은 불안정성이 심해지고 있다. 당장 1차 5일간의 공격 유예 시한을 하루 앞둔 이날 종전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미국 주식시장은 중동전 개전 이후 하락폭이 가장 컸다. 트럼프의 ‘열흘 연장’ 메시지도 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한 직후에 나왔다. 당초 트럼프가 제시한 전쟁 기간인 ‘4~6주’의 종료 기간이 다가오는 것도 부담이 됐을 것이다.
협상 국면이 이어지게 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이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해 주고받고 있는 종전 조건은 외견상 간극이 너무 크다. 트럼프는 “이란과 15개 항목에서 거의 합의됐다”고 했지만 이란은 미국 측이 협상안을 수정하지 않으면 대화에 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협상의 최대치를 던지면서 대면 협상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한편에선 미국은 지상전을 위해 기존 병력에 1만명 증파, 이란 석유 수출 전진기지인 하르그섬 점령 검토설 등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이란은 전투원 총동원령을 내리고, 미군의 하르그섬 장악시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을 통해 홍해까지 봉쇄하겠다고 하는 등 일전불사 태세다. 시한 내 협상이 교착되거나 불발될 경우 전쟁 장기화와 확전으로 갈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전쟁이 이제 한달이 됐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날로 커지고 있다. 당장 전쟁이 끝나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정상화하는데 최소 4개월이 걸릴 거라고 한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안전 항해를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긴밀히 연대하며 에너지 수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 유가·환율·물가 등 3고(高)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대비하기 바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