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혼인관계 없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
이혼을 표현한 일러스트. 경향신문 자료
자녀의 결혼으로 서류상으로만 재결합을 했더라도, 이혼 조정에서 따로 분할 비율을 정하지 않았다면 전 배우자와 연금을 나눠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는 지난 1월 전직 군인 A씨가 국군재정관리단장을 상대로 낸 분할연금 비율 재산정 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30여 년간 군인으로 복무한 A씨는 B씨와 1977년 결혼한 뒤, 2000년 6월 협의이혼했다. 그뒤 2007년 B씨와 재혼한 뒤 2020년 다시 이혼했다. 두 번째 이혼을 할 때 A씨와 B씨는 조정조항에 ‘군인연금은 향후 이혼 후 군인연금법에 따라 분할지급한다’, ‘2000년부터 혼인관계가 파탄됐음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B씨는 조정조항에 따라 2020년 국군재정관리단에 A씨의 군인연금을 분할해달라고 청구했다. 국군재정관리단은 두 차례 혼인 기간을 모두 합친 21년 3개월에 대한 분할연금을 B씨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군인연금법 22조에 따르면, 배우자가 군인으로서 재직한 기간 중 별거·가출 등으로 실질적 혼인관계가 아닌 기간을 제외하고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사람은 연금의 일정액을 분할받을 수 있다.
그러자 A씨는 2024년 국군재정관리단에 “재혼은 실질적 혼인이 아니었으므로 혼인기간에서 제외해달라”며 분할연금 비율 재산정 신청을 했지만, 국군재정관리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씨는 법원에 해당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혼은 딸의 결혼 문제로 서류상으로만 혼인한 것”이라며 “재혼 기간 B씨와 동거하지 않아 실질적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이혼을 하면서 조정서에 기재한 혼인관계 파탄조항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제출한 증거만으로 2차 혼인기간 동안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없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A씨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A씨와 B씨가 재혼 기간 중 5년 동안 동거하고 손자 양육에 도움을 줬다는 자녀들의 진술 등을 들어 이들이 재혼 기간 지속적인 교류를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조정조서에 (혼인관계 파탄 관련)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혼인기간이나 연금 분할 비율 등에 대해 특별히 정한 부분 드러나지 않는다”며 조정조항만으로 분할연금에서 재혼기간을 제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