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대법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연루설을 제기했던 장영하 변호사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의혹을 부풀렸던 언론들은 추후보도로 조폭연루설이 허위로 판결났다는 사실을 전했다. 언론에서 범죄혐의가 있거나 형사상 조치를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한 경우 형사절차가 최종 무죄판결이 났을 때 판결 사실을 게재하도록 하는 규정(언론중재법 제17조)에 따른 것이다. 많은 언론이 한꺼번에 추후보도한 경우는 처음이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라기보다는 청와대의 요청에 마지못해 형식만 갖추는 듯하다. 추후보도를 해도 ‘조폭’ ‘돈뭉치’ 같은 선정적인 보도로 각인된 나쁜 이미지는 끈질기게 살아남아서 상처를 덧나게 하고 공론장을 어지럽히곤 한다. 그것을 믿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언론은 자신이 초래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함에도 이번 추후보도는 미흡하기 그지없다.
첫째, 추후보도의 핵심은 동일비중이다. 보도를 통해 형성된 잘못된 인식을 머릿속에서 깨끗이 청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단건 기사로는 어림없다. 그 숱한 의혹 기사의 양만큼 추후보도를 하기는 어렵다하더라도 보도 크기와 위치 등 편집을 통해 주목도를 높이고 눈에 잘 띄도록 해야 하지만 독자들에게 알려서 바로잡겠다는 절실한 의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둘째, 내용도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입장도 반영한 여야 공방 보도였다는 내용은 마치 균형 잡힌 보도를 했다는 구차한 변명으로 보였다. 그 이슈 보도 자체가 이재명 후보에게 조폭연루 이미지를 만드는 프레임이라는 사실은 애써 외면했다. 또한 관련성을 찾을 수 있도록 기존보도 제목을 명확히 담아야 한다는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그 많은 보도 가운데 김용판 당시 의원이 폭로한 내용에 관한 기사 등 한두 건만을 거론하는 데 그쳤다. 반성은 어떤 것이 잘못된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데서부터 출발하는데도 관련 기사를 제대로 특정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셋째,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는 시급하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은 방치 상태다. 기사 삭제가 어렵다면 내용과 연관의 정도, 오도 가능성 등을 분류하고 기사에 추후보도 내용을 덧붙이거나 제목에 ‘무죄확정’ 등을 병기하여 더 이상의 오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독자들이 사안의 전체적인 맥락과 진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 사안은 추후보도에 그칠 게 아니라 관련 보도 전반의 진상을 밝혀서 언론 신뢰를 조금이라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03년 뉴욕타임스는 제이슨 블레어 기자가 수십 건의 기사를 조작하고 표절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서 신뢰 위기에 빠졌다. 이에 곧바로 특별 조사팀을 꾸려서 보고서를 만들고 1면을 비롯, 여러 면에 걸쳐 자사 기자의 부정행위를 공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기자 개인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고 내부시스템과 조직문화에 대한 진단을 담고 원인과 책임 구조 등을 분석했다. 진정성 있는 반성을 통해 ‘스스로의 잘못을 가장 엄격하게 다루는 언론’으로 평가받으며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언론들도 왜 당시 야당 국회의원이나 장 변호사, 조폭조직원 등의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했는지, 진실이라고 판단할 만한 근거와 정황은 무엇이었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조사와 점검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보 검증 및 취재방식과 보도관행, 게이트 키핑 제도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성찰적 평가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사나 언론단체마다 내걸고 있는 허울 좋은 보도준칙과 언론윤리들이 현장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 근본 원인도 짚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여 공표하고 실천하는 우리 언론의 모습을 보고 싶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