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참도 검토했지만, 북한 적대적 조치 완화 가능성 낮다고 판단
국제 공조 중요성·국가 위상도 고려… 30일 이사회서 채택 예정
정부가 올해 상반기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고려해 불참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보편 가치에 바탕을 둔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현시점에서는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29일 “북한 주민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간다는 입장하에 정부 관계기관 내 협의를 통해 북한인권결의 공동제안국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결의안은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해 우려하고 북한의 개선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결의안은 3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61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결의안 초안은 유럽연합(EU)과 호주가 작성했으며, 한국 정부도 초안 작성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은 지난 18일 신청이 마감된 조기 공동제안국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결의안 채택 전에 참여를 결정했다. 공동제안국 참여는 결의안 채택 이후 2주 뒤까지 가능하다.
정부가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12·3 내란을 극복한 선진 민주주의의 모델이라고 강조해온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를 외면할 순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이 “내란 극복 과정에서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북한 문제의 핵심 당사자로서 한국이 불참할 경우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가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불참한다 해도 북한이 한국을 향해 취하고 있는 적대적 조치를 완화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6일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북에서는 대표적인 적대시 정책으로 본다”며 공동제안국에 불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의 적대시 조치는 핵보유국 지위 확보 목표와 흡수통일 우려에 기인한 것으로, 현 국면에서 한국의 행동에 따라 변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3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에서 진행한 시정연설에서도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한다”고 했고, 지난달 9차 당대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유화적인 태도는 서투른 기만극”이라고 비난했다.
유엔은 매년 상반기 인권이사회와 하반기 총회에서 각각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다. 한국은 2008~2018년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다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9~2022년 참여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3~2025년에는 참여했고, 이재명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11월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