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호르무즈 해협
홍해는 북아프리카 동쪽과 아라비아반도 서쪽 사이에 있다. 홍해는 남단에 있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오른쪽으로 꺾여 아덴만과 만난다. 실크로드가 유럽과 아시아를 육상으로 연결했다면, 홍해는 해상으로 잇는다. 이집트 북부의 육지 200㎞를 뚫어 지중해로 통하는 수에즈 운하가 1869년 개통되면서다. 유럽 대륙에서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빙 돌아 아시아로 가던 거리가 9000㎞ 줄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세계 해상 무역량의 10%, 컨테이너 물동량의 30%가 지나는 관문이 됐다. 아라비아반도 동쪽에는 페르시아만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오만만으로 흐른 뒤 인도양으로 간다. 세계 원유 운송량의 25%를 차지한다.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호르무즈 해협은 바닷길이 좁다. 호르무즈 해협은 최소 폭이 40㎞인데,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그보다 더 좁은 32㎞다. 그래서 물살이 빠르다. 그마저도 수심이 얕아 대형 선박이 통항할 수 있는 폭은 수㎞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항로가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정학·지경학적 중요성 때문에 가장 위험한 바다이기도 하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의 전쟁이 ‘저항의 축’(이란 대리세력)으로 확산한 것이다. 후티 반군의 참전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주목하게 한다.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간 가자전쟁 발발 이후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 상선들을 20차례 이상 공격해 통행을 차단시킨 전력도 있다. 이란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있는데, 후티 반군도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막는다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만저만 우려되는 게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공격 유예 시한인 4월6일이 다가온다. 미국·이란 간 협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인데 미 지상군의 이란 투입이 임박했다는 말만 더 크게 들린다. 이런 가운데 28일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트럼프의 이란 전쟁을 규탄하는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열렸다. 전 세계가 명분도 없는 전쟁이 왜 지속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란 모두 ‘전쟁의 늪’에서 빠져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