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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작별하지 않기를 바라며

입력 2026.03.30 20:05

수정 2026.03.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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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영어로 출판된 소설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 것이다. 이 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상이다. 2024년에 김혜순 시인의 ‘날개 환상통’이 시 부문에서 수상한 데 이은 쾌거이다. 한강 작가의 글을 수십년 읽어온 애독자로서, 한국에서 소설을 쓰는 소설가로서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는 소식이 발표된 재작년 10월이 떠오른다.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에 시, 소설, 희곡, 어떤 글을 쓰든 선후배들 모두 함께 들썩였다. 마치 자신이 상을 받은 듯 가슴 뜨거워했다. 늦은 시간까지 축하 메시지가 오갔다. 그 메시지는 한국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응원이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에 서점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는 물론이고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까지 그의 책이라면 무엇이든 사려고 늘어선 사람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당시 책과 관련된 사람들, 그러니까 책을 쓰고 만들고 읽도록 돕는 출판계의 거의 모든 사람이 너무나 어려운 시절이라는 걸 공감했기에 더욱 그랬다. 언론에서도 침체된 우리 출판 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보다는 희망에 가까운 보도를 냈다. 한국 소설이 계속 잃어가고 있는 힘, 그 힘을 다시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랐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며칠 후 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제주 4·3사건을 다루고 있다. 친구의 부탁으로 제주에 간 주인공은 친구 가족의 비극적인 사연을 마주한다. 소설은 참혹한 역사적 현실을 현재로 불러내어, 작별할 수 없다는 전언을 슬픔에 녹인 환상적인 문체로 그려낸다. 제목 ‘작별하지 않는다’는 두 사람이 함께하기로 했던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나는 소설에 관해 여러 사람과 공부할 일이 있을 때면, 한강 작가의 책처럼 우리 사회의 아픔을 다룬 좋은 글을 소개하곤 한다.

예를 들면, 4·3사건을 최초로 다룬 소설 <순이 삼촌>을 쓴 현기영 작가는 <제주도우다>에서 일제강점기부터 4·3사건에 이르기까지 민중들이 겪은 저항과 수난의 역사를 방대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김숨 작가의 <L의 운동화>는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 한 짝을 복원하는 과정을 통해 국가폭력과 민주화운동의 기억을 환기한다. 이성아 작가의 <밤이여 오라>는 4·3사건과 발칸반도 보스니아 내전을 교차시키며, 공간과 시간을 넘어 국가폭력에 휘말린 개인의 아픔과 분투를 탐구한다. 조해진 작가의 소설집 <빛의 호위> 속 여러 단편은 역사적 폭력과 비극이 개인에게 남긴 상처와 흔적을 다룬다. 동백림,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 같은 역사적 사건이 직간접적으로 소환된다.

이 작품들뿐 아니라, 나를 소설가로 이끈 수많은 한국 작가가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그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인간과 사회의 양상을 읽고 탐구한다. 소재로 다루는 사건이 같더라도 작가마다 시선과 관찰하는 방법이 다르므로 완전히 다른 작품이 나온다. 작가마다 달리 걸어온 자신만의 인생이 문체와 이야기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이 따라 할 수 없는 문학의 정수가 여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작가나 소설의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건 사회가 단조로워지고 있다는 뜻일 거다. 그만큼 슬픈 일이 없을 것 같다.

올해도 변함없이 출판계가 좋지 않다는 소식이 들린다.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일도 곁에서 지켜봤다. 편집자들과의 미팅에서 인사치레로 자연스레 서로의 안녕을 묻지만, 요즘은 정말 어렵다는 자조가 쉬이 나온다. 이럴 때마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작가를 찾아 읽어주길 소망한다. 좋은 작가들이 한국에서 더 많이 나올 수 있길. 한국이 더 풍부한 문화의 산실이 되길. 나는 나만의 공간에서 글을 쓰며 뜻을 품어본다.

최유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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