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5월 8일 전주 일대 개최···54개국 237편 상영·변영주 감독 ‘올해의 프로그래머’ 참여
전주국제영화제 정준호(왼쪽 세 번째)·민성욱(〃다섯 번째) 공동집행위원장, 윤동욱 전주시장 권한대행 등이 31일 전북 전주 영화의거리에서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독립영화의 거점이자 ‘대안의 영화’를 표방해 온 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도 경계 바깥의 감각을 호명한다.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31일 전북 전주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열흘간 이어질 제27회 영화제의 윤곽을 공개했다.
올해 슬로건은 ‘우리는 선을 넘는다’이다. 산업의 관습과 미학의 경계를 동시에 겨냥한 선언이다. 이번 영화제에는 54개국 237편(국내 97편·해외 140편)이 초청돼 전주 영화의거리를 비롯한 전주시 일대에서 상영된다. 전년 대비 13편 늘어난 규모지만 양적 확대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동시대의 균열을 응시하는 작품들의 결이다.
개막작은 켄트 존스 감독이 연출한 <나의 사적인 예술가(Late Fame)>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아르투르 슈니츨러의 소설을 현대 뉴욕으로 옮겨와 한때의 명성을 붙든 채 현재를 유예하는 예술가의 내면을 더듬는다. 거장 월럼 더포가 연기한 주인공의 궤적은 창작의 욕망과 허영, 그리고 시간이 남긴 공백을 교차시킨다.
폐막작 <남태령(The Longest Night: Namtaeryeong)>은 김현지 감독의 시선으로 동시대 한국 사회의 한 장면을 기록한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른바 ‘남태령 대첩’의 현장에 놓였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록과 함께 엮어낸다. 거대한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그 안을 통과한 개인들의 감각과 기억을 촘촘히 복원하는 방식이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나의 사적인 예술가(Late Fame)의 한 장면.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제공
특별전은 영화사의 흐름을 가로지르며 이번 영화제의 문제의식을 확장한다. ‘뉴욕 언더그라운드 특별전’은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 등 1960~70년대 미국의 반전·민권운동 속에서 형성된 저항적 영화 실천을 조명한다. 한편 올해 초 세상을 떠난 ‘국민 배우’ 안성기를 기리는 ‘조금 낯선 안성기’ 특별전은 익숙한 얼굴의 이면을 다시 들여다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홍콩 아방가르드’와 ‘가능한 영화’ 섹션은 동시대 영화가 감당하는 실험의 폭을 가늠하게 한다.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에는 변영주 감독이 참여한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내일을 위한 시간> 등 고전 및 동시대 명작과 자신의 연출작을 함께 배치해 서로 다른 시대와 미학이 어떻게 공명하는지를 관객과 공유할 예정이다.
경쟁 부문에서는 ‘개인의 서사’로 기울어진 흐름이 감지된다. 국제경쟁과 한국경쟁 모두에서 거대 담론을 전면에 세우기보다 사적인 경험과 관계, 생태적 감각을 탐색하는 작품들이 두드러진다. 특히 한국경쟁에서 늘어난 다큐멘터리의 비중은 산업적 제약 속에서도 지속해 온 독립 다큐멘터리의 생명력을 방증한다.
영화제는 스크린 밖에서도 확장된다. 유니버설 픽쳐스와 협업한 ‘슈퍼 마리오 갤럭시 in 전주’, 골목과 일상의 공간을 상영관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 등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상영 플랫폼으로 전유한다. 열흘 동안 전주시는 영화가 스며드는 시간과 장소로 재구성된다.
민성욱·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영화산업의 위기 속에서도 전주가 지켜온 독립성과 실험정신을 이어가겠다”며 “영화인과 관객이 만나는 열린 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