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한통련은 왜 아직도 ‘반국가단체’인가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한통련은 왜 아직도 ‘반국가단체’인가

입력 2026.03.31 19:58

집 안 청소를 하다 보면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이 있다. 품을 들이기 귀찮고 눈에 띄지 않는 곳이다 보니 이사하기 전까지 방치해버린다. 일반에는 이름조차 생소해진 한통련(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은 그런 존재다. 한국이 민주화된 지 4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해외 민주화운동의 맏형인 한통련은 ‘반국가단체’ 멍에를 벗지 못했다. 일부 인사는 여권을 발급받지 못해 재외국민 투표도 할 수 없는 ‘비국민’이다.

한통련 전신인 ‘재일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는 1973년 재일동포들이 유신독재에 맞서 민주화 회복과 통일을 목표로 결성됐다. 당시 일본 망명 중 한국 정보기관에 의해 납치된 야당 지도자 김대중을 초대의장으로 추대했다. 한민통을 눈엣가시로 여기던 박정희 정권은 1977년 ‘재일동포 김정사씨 간첩사건’을 조작하면서 한민통을 ‘반국가단체’로 만들었다. 김대중은 한민통 초대의장이라는 이유로 ‘반국가단체 결성 및 수괴’ 혐의로 1980년 사형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엉터리 영사증명서와 정보부 하수인을 간첩으로 등장시켜 한통련을 반국가단체로 조작한 사실은 이미 드러나 있다.

민주화 이후에도 낙인은 지워지지 않았다. 200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내란음모’ 사건 재심에서 법원은 반국가단체 ‘수괴’ 혐의에 대해 사면을 이유로 면소 판결을 내리는 데 그쳤다. 한통련의 반국가단체 여부에 대한 판단을 미룬 것이다. 김정사씨 간첩사건도 2013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재심 재판부 역시 한통련에 대한 판단을 회피했다. 독재정권 시기야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화 이후에도 법원이 한통련의 반국가단체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다. 정보기관이 씌운 프레임을 벗겨낼 의지와 용기가 없었거나, 당사자가 대부분 외국에 있으니 ‘내버려둬도 지장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으로 한통련 인사들은 한국 여권을 발급받아 한국을 왕래할 수 있게 됐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여권법 시행령을 고쳐 이들에 대한 여권 갱신을 중단했다. 그러나 박근혜 탄핵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조차 한통련의 명예회복을 외면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2021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한통련 회원들의 여권 발급을 거부하거나 유효기간을 1~5년으로 제한한 것은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개선을 권고했지만, 외교부는 손형근 의장의 여권 발급을 거부했고, 한통련도쿄본부 양병룡 대표위원 등에게는 여권기간을 제한했다. 한통련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문재인 정부가 보수언론의 비판을 지나치게 의식해 한통련 문제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안의 잘잘못을 가려야 할 법원, 결정해야 할 권력의 직무유기로 한통련은 여전히 음지에 머물러 있다. 일본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타지에서 간난신고를 겪으면서도 언제나 모국을 생각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재일동포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숙연해진다”고 한 동포간담회 자리에 당사자인 한통련 인사들은 참석할 수 없었다.

한통련은 중앙정보부에 납치당한 뒤 줄곧 박해를 받았고, 신군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명운동을 벌이며 한국의 민주화를 국제이슈로 만들어냈다. 국내 신문엔 한 줄도 실리지 못한 ‘김지하의 양심선언문’ ‘김영삼의 단식투쟁선언문’ ‘김근태의 법정진술서’ 등 민주화운동의 주요 문건들이 해외에 알려진 것도 국내 인사들과 한통련 간의 비밀채널을 통해서였다. 한통련을 통해 알려진 한국의 민주화운동은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중문화 개방 이후 조성된 일본의 한류붐은 한국의 역동적 민주주의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일본인들은 한국 국민들이 엄혹한 군사정권하에서도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것에 경외감을 느낀다. 군사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는 다이나미즘은 그들이 부러워하는 한국의 자산이다. 1970년대 한통련의 김대중 구명운동을 기억하는 이들이 한국 대중문화의 지지세력이 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한통련은 한국 민주주의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그들의 헌신은 소중히 기려야 할 ‘민주주의의 기억유산’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0일 제주 4·3의 명예회복과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영구처벌을 약속했다. 한통련에 찍힌 ‘반국가단체’ 낙인을 방치하고, ‘비국민’ 취급하는 것이야말로 국가폭력이다.

서의동 논설실장

서의동 논설실장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