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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가 던진 화두 “원유의존도를 낮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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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북미산 원유가 한국에 도착하려면 40일 이상 걸리지만 중동산 원유는 25일 정도면 된다는 논리도 내세운다.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기엔 국제 제재 위반 등의 위험 부담이 크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며 "수입처 다변화 노력을 그래도 해왔기 때문에 이 정도로 선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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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가 던진 화두 “원유의존도를 낮춰라”

입력 2026.04.01 06:29

수정 2026.04.0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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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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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사흘째인 지난 29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문재원 기자

2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사흘째인 지난 29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문재원 기자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촉발된 에너지 대란의 불길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른바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 한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는 물론 나프타 등 석유화학 제품 수급에 차질이 생겼고 이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쓰레기봉투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는 등 일상생활까지 흔들리고 있다.

전망도 밝지 않다. 예멘 후티 반군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점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봉쇄되면 사실상 중동산 원유 수입의 모든 길이 차단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나아가 원유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진 시대에 흔들리지 않는 기초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다.

■점점 높아지는 중동 의존도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총 1억3700만2562t의 원유를 수입했다. 이 가운데 중동산 원유는 9781만702t으로 집계됐다. 전체 수입량의 71.4%에 달한다. 북미(16.8%), 중남미(6.0%), 대양주(2.5%), 아시아(2.0%), 아프리카(0.7%), 유럽(0.6%) 순이다.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율은 2021년 61.0%, 2022년 68.8%로 60%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2023년 73.8%로 치솟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 제재 영향이다. 2024년엔 73.7%였다.

석유화학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의 중동 의존도는 더 심하다. 지난해 전체 나프타 수입(2684만7094t)의 77.6%(2082만609t)가 중동에서 이뤄졌다. 아시아(10.7%), 유럽(5.9%), 북미(4.8%), 대양주(0.6%), 중남미(0.4%), 아프리카(0.1%)가 뒤를 이었다.

2021년엔 중동산 나프타가 전체 수입량의 44.7%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2022년 66.4%, 2023년 65.5%, 2024년 75.4%로 해마다 비중이 커졌다.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고 70% 이상을 차지하던 원유와 나프타 수입처가 끊긴 셈이다.

■쉽지 않은 수입처 다변화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수입 우회로 찾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에쓰오일은 홍해를 대체 경로로 활용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송유관(파이프라인)으로 원유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옮기면 이를 홍해 인근 도시인 얀부에서 실어 국내로 들여온다. GS칼텍스는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푸자이라항에서 원유 수입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후티 반군이 홍해를 봉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푸자이라항도 이란 드론 공격을 받는 등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변수가 많은 중동 외 다른 지역에서 원유 수입처를 뚫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14일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푸자이라항 시설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4일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푸자이라항 시설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업계에선 중동산 원유·나프타에 최적화된 국내 설비 등의 문제를 들어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한다. 북미산 원유가 대부분 경질유인데 국내 시설은 중동산 중질유에 맞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북미산 원유가 한국에 도착하려면 40일 이상 걸리지만 중동산 원유는 25일 정도면 된다는 논리도 내세운다.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기엔 국제 제재 위반 등의 위험 부담이 크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며 “수입처 다변화 노력을 그래도 해왔기 때문에 이 정도로 선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원유 의존도를 줄여야

장기적으론 원유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3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경제 원유의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1위였다. 원유의존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1만달러당 소비한 원유량을 계산한 지표다.

한국은 GDP 1만달러당 5.63배럴을 소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위 칠레(4.73배럴), 3위 그리스(4.24배럴), 4위 콜롬비아(3.91배럴) 순으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이 아닌 인도(5.25배럴), 브라질(4.31배럴), 중국(3.19배럴)보다도 높다. 그만큼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뜻이다.

최근 중동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가 이어지며 출퇴근 비용 절감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역 이용객 모습. 문재원 기자

최근 중동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가 이어지며 출퇴근 비용 절감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역 이용객 모습. 문재원 기자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국내 정유사 석유 제품 수출이 세계 5위라는 점에서 원유 관련 경쟁력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내부에선 내연기관차를 줄여나가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석유화학 산업에서 사용하는 원유량을 당장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수송 부분에서 원유의존도가 상당히 높은데 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제주 타운홀 미팅에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 때문에 난리가 났는데 잠이 잘 안 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재생에너지로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면 미래가 위험하다”며 “전기차 신차 구매를 2035년에 100%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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