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농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전수조사를 벌이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지난 2일 수도권 내 한 농지 너머로 아파트 단지 등 재개발 구역이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경자유전’ 원칙을 훼손하는 농지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올해와 내년에 걸쳐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올해 투기 수요가 몰린 경기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현장조사를 벌이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유예기간 없이 즉각 처분명령을 내리도록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회를 열고 ‘농지 전수조사’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기준 농지면적은 195만4000헥타르(ha)로 국토면적에 19%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승만 정부의 농지개혁 당시 실태조사를 한 적 있으나 전체 농지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는 사상 처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부동산 문제로 농지도 투기 대상이 돼 가격이 비싸다”며 농지 전수조사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뒤 나온 조치다.
농지 전수조사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2단계로 진행된다. 올해 1단계 조사에서는 국비 588억원을 투입해 농지법 시행 시기인 1996년 이후 취득 농지 115만ha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특히 정부는 수도권 내 농지에 투기 수요가 몰려있다고 보고 이곳을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10대 투기 위험군 중 수도권 농지 면적은 22만ha에 달한다. 농지 실거래가는 경기도 지역이 평당 60만7000원으로 전남(8만2000원)의 7.4배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위해 ‘정부합동 농지 조사 및 제도 개선 추진단’을 구성하고, 지방정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5000명 규모의 조사 인력을 채용할 방침이다.
오는 5월부터 행정정보, 드론·항공 사진 및 AI(인공지능)을 활용해 의심 농지를 추출한다. 8월부터는 토지거래허가구역·수도권 전 지역·경매 취득자·농업법인 및 외국인 소유 농지·관외거주자·최근 10년 내 농취증 발급(상속 농지 제외)·공유취득자·농지이용실태조사 결과 적발 농지·기본조사결과 불법의심 농지 등 10대 투기 위험군(72만ha)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에 나선다.
투기 적발 시 처벌도 대폭 강화한다. 일반 위법 농지는 1년 이내 자경 또는 처분을 지시하고 불이행 시 6개월 이내 처분 명령을 내린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무단 휴경 및 불법 임대차 등 적발 시에는 유예기간 없이 즉각 팔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를 이를 위해 농지법도 다음달 중으로 개정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1996년 이전 취득농지 약 80만ha도 추가 조사를 벌여 전체 농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1996년 농지법 시행 이전 취득한 농지에 대해서는 처분 의무나 명령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그간 관리 사각지대로 꼽혀왔다.
당정은 농지 관리체계 개선, 농지보전부담금 정상화, 농지보전총량제 등 농지 관리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내년까지 농지조사에 들어가는 총 예산은 1100억원 수준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농업인을 위해 농지가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투기를 근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강도 높은 전수조사를 통해 실효성 있는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