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한 영어유치원. 연합뉴스
정부가 ‘영어유치원’을 표방하는 유아대상 영어학원 등에서 취학전 아동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영어, 수학 등 교과목 위주의 주입식 교습(인지 교습) 시간을 하루 3시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만 3세 미만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지식주입형 교습행위는 전면 금지된다. ‘4·7세 고시’ 등 과도한 조기 경쟁과 발달 저해 등 아동학대 양상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규제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교육부는 1일 “영유(영어 유치원)는 원래 불법”이라고 설명하면서 학원법 개정을 통해 영유아 학원의 ‘유해교습행위’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만 3세 이상~취학 전 유아 대상 학원에서 인지 교습시간을 3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만 3세 미만 영아의 인지 교습은 학원에서 전면 금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교육부는 입법에 1~2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민규 교육부 영유아정책국장은 “영유아 학원의 잘못된 교습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는, 강력한 대책”이라며 “특히 만 3세 미만에는 선행학습을 시키지 말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언어, 수학 등 교과목의 지식 주입을 위해 강사가 주도하는 인지 교습을 유해교습행위로 규정했다. 시험을 보고 점수를 내거나 유아의 점수를 통보하는 등 비교서열화하는 행위 또한 유해교습행위로 본다. 다만 교육부는 “놀이를 통한 학습과 (지식 주입식) 인지 교습의 구분은 향후 판단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또 학원법을 개정해 매출액의 50%까지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규정 신설을 추진한다. 수강·교습 상담에서 허위·과장 정보 제공 또한 제재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3세 미만 영아는 오감과 신체활동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생존과 감각을 담당하는 뇌가 발달하는 시기”라며 “취학 전 유아에게 초등 저학년의 하루 정규 학습량(4~5교시)을 뛰어넘어 인지교습을 받게 하는 것은 유해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규제와 동시에 취학 전 아동 대상 공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유치원·어린이집과 초등학교를 연계하는 ‘이음교육’을 확대하고 문해력 형성을 위해 유아기부터 그림책 놀이 등 독서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예술, 체육, 언어 등 방과후 프로그램을 개발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급하고, 기관별 방과후 특색프로그램을 활성화하겠다고도 했다.
정부의 의지 표명과 달리 전일제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상당수가 이미 ‘놀이+학습’을 절충하는 형태로 운영돼 규제 대상이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논평을 내고 “반일제 유아 대상 영어학원 등의 운영을 사실상 유지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학원가의 우회적 운영을 실효성 있게 막는 데 한계가 우려된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날 학교급별 사교육비 경감 대책도 공개했다. 현재 초등 3학년에 지급하는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권을 내년부터 초등 4학년까지 확대하고, 사교육 없이 예체능을 배울 수 있게 내년부터 방과후 학교스포츠클럽와 예술동아리를 통한 ‘1인·1예술스포츠’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중학교에선 내년부터 문해력 향상을 위해 독서동아리 활동과 연계한 글쓰기·논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