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누가 보수를 재건할 것인가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누가 보수를 재건할 것인가

입력 2026.04.01 18:13

수정 2026.04.01 22:31

펼치기/접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운데) 등당  지도부가 1일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에서 ‘세금폭탄, 월세폭탄, 전세실종’ 점검 및 ‘내 집 마련의 자유를’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운데) 등당 지도부가 1일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에서 ‘세금폭탄, 월세폭탄, 전세실종’ 점검 및 ‘내 집 마련의 자유를’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몰락은 예정된 운명이다.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결과는 그 몰락을 공인하는 사건이 될 것이다. 그럼 몰락 다음의 시간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신생의 씨를 뿌리려 무엇을 제물 삼고, 무엇을 푯대로 받아들이며, 보다 중요하게 누가 해야 할 것인가.

윤석열 이후 보수의 괴멸을 보면 의문은 선명하다. 그토록 짧은 시간에 극단에 포획되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건 허약하고 부패한 구조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적어도 2000년 이후 보수는 자기 갱신에 실패했다.

21세기 보수를 구성한 건 ‘기회주의 보수’와 ‘강성 보수’ 두 갈래였다. 어떤 사변에도 정치생명 연장이 우선인 기회주의 보수는 보수정당의 얼굴을 수혈하는 것으로 연명했다. 강성 보수는 부의 욕망을 자유로 합리화하며 보수 가치 혁신을 틀어막았다. 진영은 그들의 위선을 감추는 더없는 울타리였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의 숙명적 과제는 ‘시장과 공동체의 타협’이었다. 민주 진영도, 보수 진영도 이 자장을 벗어날 수 없었다. IMF ‘국가부도 사태’가 한국인 삶에 강제한 것이었다. 불평등과 양극화는 세계적 현상이지만, 극단의 속도로 달려온 산업화·민주화 부산물이 응축된 한국 사회의 타격은 훨씬 깊었다.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빅뱅’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디지털·문화 경제, 한·미 FTA를 앞세워 보수의 영토(성장)로 확장할 동안 보수정치는 되레 후퇴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민심을 대변하던 시절,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복지 지평을 넓히는 것만으로 그들 가치인 ‘공화’를 구현하고 전진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감세와 대기업·서울 중심의 1970·80년대 낡은 보수를 답습하거나 강화했다. 과거 국가를 건설하던 보수는 그저 재산을 ‘지키는’ 보수로 왜소해졌다. 보수정치의 철학적 타락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그 결과는 ‘보수의 공동화’였다. ‘진영의 참호에 웅크린’ 20년 동안 보수와 보수정치는 시대착오의 유물이 되었다. 윤석열 정권을 두고 ‘윤석열의 집권일 뿐 보수의 집권이 아니’라는 변명은 그래서 뜻밖에 설득력을 가진다. ‘업둥이’ 윤석열은 시대착오로 소멸할 운명이던 보수의 증상일 뿐 원인이 아니었다. 윤석열의 내란 망동으로 비로소 보수의 거대한 구멍은 선명하게 드러났다.

보수와 보수정치는 어떻게 해야 재건될 수 있을까. 결국 핵심은 ‘누가(주체), 무엇을(비전과 담론), 어떻게(방식) 할 것인가’이다.

담론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새 보수’ 같은 건 구호일 뿐, 병인을 도려내고 국민을 설득할 보수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통합’이 가장 지금 설득력 있는 가치가 될 수 있다.

보수정치에 잠시 철학적 갱신의 고민이 반짝인 시절도 있었다. 끝내 초심을 지키진 못했지만 박세일류 ‘공동체 자유주의’가 대표적이다. 자유에 ‘공동체’를 입히지 않는다면 보수정치는 한국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언제나 한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들이 경제 발전 목표가 돼야 한다”는 드문 보수인 그들 무리의 ‘중도론’은 공화의 가능성을 품었다. 새 보수의 가치가 보수의 본래 가치인 공화로 수렴될 수 있음은 역설이다. 보수가 얼마나 스스로를 상실했는지 방증한다.

주체는 당연히 ‘보수 시민-지식인-정치인’의 연합이지만, 맨 앞줄엔 정치인이 설 수밖에 없다. 신뢰와 국민통합 능력 부재라는 보수정치의 곪은 곳을 정면으로 마주할 이들이 재건 책무를 감당해야 한다. 계엄 내란에 반대하고 보수정당의 극단화에 항의하는 합리적 중도 보수가 그들이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중진들을 컷오프하며 “재건을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라 했다. 하지만 “자리를 비워 청년·전문가가 들어오”게 하는 정도를 재건이라 할 수 있을까. 그저 얼굴 갈이 수준이라면 ‘날림 재건’의 임시변통일 뿐, 가치를 품지 않은 세대교체는 극단으로의 퇴행만 가속한다. ‘배신자’로 내몬 유승민·한동훈 같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재건을 위해선 더 필요하다. 스스로를 보수로 호명하는 평범한 시민들이 그 현실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떻게는 ‘연대’냐, ‘청산’이냐로 좁혀진다. 물질이 변한다는 건 근원인 원자가 변화하는 게 아니라 원자들이 짝을 바꾸는 것이다. 극단·강성의 원자는 버리고 합리·공화의 원자들이 결합할 때 보수와 보수정치는 달라질 수 있다. 청산 없는 연대는 자신을 속이는 봉합에 불과하다. 권력의 곁불을 쬐는 데 익숙한 보수정치인들은 깨달아야 한다. 심판의 날에 안전하게 웅크릴 수 있는 참호는 없다.

김광호 논설위원

김광호 논설위원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