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가 그려진 오선지. 픽사베이 제공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영국의 작가 조앤 롤링이 동생 집에 얹혀살며 정부 보조금으로 근근이 살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훗날 그는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해리 포터’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온갖 어려움을 견디고 큰 성공을 거둔 롤링의 해피엔딩은 기적에 가깝다.
예술가들의 삶은 대부분 고단하다. 당장 먹고살기도 힘들고, 성공한 소수를 빼곤 안정적 미래 설계가 어렵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4년 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창작활동 평균 연소득은 1055만원이었다. 입에 ‘풀칠’하느라 예술인 2명 중 1명은 부업을 하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생활고에 시달리다 일찍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2010년 인디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이진원씨가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고,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2011년 1월 생활고와 지병 탓에 숨졌다. 큰 충격을 준 이들의 죽음 이후 ‘예술인복지법’, 일명 ‘최고은법’이 만들어지고 복지재단도 설립됐다지만 예술인들의 처지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예술인복지법에 따라 15개 분야 예술인임을 증명하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증명 과정이 꽤나 복잡하고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공연 횟수, 전시 이력 등 일정 수준 이상의 경력·수입을 당사자가 입증해야 한다. 2023~2024년 승인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기준도 모호하다. 지난달 31일 인디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씨가 SNS에 올린 “예술인활동증명이 반려됐네… 저의 인세 내역을 받아가셨으면서도…”라는 글이 예술인 자격 논의에 불을 지핀 것도 그래서다. ‘윤덕원이 예술인이 아니면 누가 예술인이냐’ ‘예술인의 정의를 알려달라’ 등 어이없어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이 일은 서류 미비 때문임을 윤씨가 뒤늦게 인정하면서 일단락되긴 했지만,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예술인들이 탈락하면서 제도에 대한 비판이 커진 상황이다.
한국도 프랑스·영국처럼 예술인을 위한 법적 보호장치를 강화할 때가 됐다. 안전망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의 최고은법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예술인들에게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예술인들이 생계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어야 선진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