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사교육비 감소, 통계 이면에 숨은 경고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사교육비 감소, 통계 이면에 숨은 경고

입력 2026.04.01 19:56

지난 3월 중순,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교 3000여개 학급을 대상으로 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가 갈수록 사교육비가 늘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거의 모든 지표 수치가 2024년보다 낮아졌다. 사교육비 총액은 약 27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7%(약 1조7000억원) 감소했다. 사교육 참여율과 주당 참여시간, 전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일반교과 과목의 전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모두 줄었다. 학교급별로도 초중고 모두 전년 대비 사교육비 지출이 줄었다.

조사 결과만 보면 ‘사교육 열풍’이 꺾인 모양새지만 이를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전체 학생 수가 502만명으로 전년보다 12만명(2.3%) 감소해 자연스레 사교육비 총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도 학생 수 감소를 사교육비 감소의 주요인으로 제시했다. 더불어 경기 둔화와 가계의 경제적 부담 등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외부 요인으로 사교육비가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학원을 보내지 않는 집이 드물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이 결과만을 두고 사교육 열풍이 꺾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전체 평균’이 감추고 있는 현실을 톺아봐야 한다. 전체 학생 평균만 보면 사교육비가 감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사교육을 받는 학생 통계만 놓고 보면 양상이 사뭇 다르다. 사교육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0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2% 증가했다. 일반교과 참여 학생 기준으로는 영어 28만1000원, 수학 27만원, 국어 18만5000원, 사회·과학 16만6000원 순으로 지출이 많았다. 증가율도 사회·과학 13.8%, 국어 13.1%, 수학 8.7%, 영어 6.2%로 모두 상승했다. 특히 월 100만원 이상 지출 구간 비중은 오히려 확대됐다. 사교육비 총량은 줄었지만 사교육에 돈을 쓰는 가구는 이전보다 더 쓰는 양극화 구조가 한층 고착된 것이다.

무엇보다 필자는 이번 조사에서 ‘논술’과 ‘진로·진학 학습상담’ 측면의 사교육비를 주목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발표에서 이 두 항목을 크게 부각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두 항목이 한국 사교육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등학교 일반교과 사교육비 전체는 감소했지만 논술만 38.9% 급증했다. 규모는 1155억원으로 절대 금액이 큰 편은 아니나 증가율만 놓고 보면 가장 가파르다. 이는 고등학교 사교육이 단순 보충학습에서 입시 특화형, 선발 대비형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진로·진학 학습상담도 마찬가지다. 이 분야의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21.4% 늘었다. 특히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진로·진학 학습상담도 현재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 다만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사교육 시장에서 이 분야의 절대적 총액 또한 늘어날 수 있다.

두 지표는 이제 사교육이 더 이상 일반교과 점수를 끌어올리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어떤 과목을 선택할지, 어떤 학교를 목표로 할지, 어떤 전형 전략을 짤지를 두고 정보와 설계, 상담에 돈을 쓰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즉, 수업형 사교육에서 전략형 사교육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변화는 앞으로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2028 대입 개편 이후 대학들이 면접, 구술, 논술 등 대학별 평가를 확대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논·서술형 평가 강화 논의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변별력이 필요한 입시 시장은 가장 먼저 움직인다. 공교육이 제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지 못하면 그 빈틈은 곧바로 고가의 사교육이 메우게 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사교육비 감소가 아닌 ‘사교육의 결이 바뀌고 있다’는 경고로 읽어야 마땅하다. 보편적 사교육이 주춤한 자리에 고단가·고밀도·전략형 사교육이 더욱 빠르게 자라고 있다. 사교육 시장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더 정교해지고 더 선별적이고 더 불평등한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지금 숫자의 표면이 아니라, 그 숫자 너머에서 움직이는 진짜 신호와 경고를 읽어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