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나무가 되었다
오하나 글·홍시야 그림
쥬쥬베북스 | 104쪽 | 2만500원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의문을 안고 살아간다. 남들보다 뒤처진 것은 아닌지, 이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지, 불안에 어떻게 맞서야 할지. 답을 찾으려 할수록 질문은 늘어나고 마음은 그 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세상에 초연할 수 있는 존재를 꿈꿀 때가 있다. 어떤 변수들이 밀려와도 발목 잡히지 않을 돌이나 나무 같은 자연의 존재를.
그리고 끝내 나무가 되어버린 사람이 있다. 일곱 살의 호기심에서 일흔아홉의 두려움에 이르기까지, 생애를 따라 나이테처럼 쌓인 질문들은 나무의 시간 속에 놓인다. 사랑은 하는지, 멋진 나무가 부럽지는 않은지, 번개가 무섭지 않은지 궁금했던 그는 나무가 되어 작은 새에게 사랑을 건네고, 너끈한 나무를 바라보며 기쁨을 느낀다. 모든 의문은 부질없어지고 두려움마저 껴안고 용기 내 살아가는 법을 깨닫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는 베어진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서 나무들이 쓰러지듯, 그의 시간 역시 그렇게 멈춰 선다.
도로를 낸다는 이유로 나무들이 잘린 자리에서 시인 오하나와 화가 홍시야가 만났다. 여백을 품은 문장과 이 땅의 생명을 보듬는 삽화로 책 속에서 숲을 다시 살려냈다. 쪽빛 어스름이 내려앉은 책장에서는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천천히 커간다. 어둠 속에서는 개미와 꽃과 애벌레도 함께 숨을 고른다. 분홍빛 햇살이 나무를 둥글게 감쌀 때면 나비들이 날아든다. 녹음이 우거진 그림 속에서는 누구도 시기하지 않는 마음이 자연스레 비친다.
그림책 속 나무가 됐던 그는 결국 사람으로 돌아온다. 그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시간을 살아가야 한다. 다만 이젠 나무의 마음을 안다. 자신을 향한 불안함은 거두고 스쳐 지나가는 것들조차 사랑할 줄 아는 삶을 누릴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을 읽고 나무의 마음을 엿본 우리 또한, 가슴 깊이 쌓여 있던 의문을 조금은 내려놓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