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해야 하면 막막해질 때가 있다.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어지지만, 문제는 달아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것. 그러는 동안에도 초침은 멈추지 않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함의 늪에 빠져 허우적댄다. 이 책은 그런 타이밍에 읽는 에세이다. 16년차 전업작가 금정연은 웹소설부터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까지, 온갖 글줄 사이를 가로지르며 일상의 곤경에서 벗어날 ‘웃픈’ 이야기를 들려준다. “돈 걱정을 해서는 안 돼요. 이게 다예요”라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이 무이자 할부로 턴테이블을 바꾼 데 대한 후회로, 장항준 감독이 친구 윤종신에게 태연히 돈을 빌린 일화로, 작업시간 관리 앱에 대한 예찬으로 뻗어 나가는 식이다. 저자가 풀어놓는 실타래를 따라가다보면 묘한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하기 싫던 일을 다시 시작할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