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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감축체제 전환

입력 2026.04.02 20:08

정규직 월급쟁이 일을 그만둔 후 여러 가지 일을 하는 ‘n잡러’로 살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가게도 하고 리페어 카페도 하고 환경단체에서도 일하고, 가끔은 글도 쓴다. n개의 일이 모두 같은 맥락에 있는데, 바로 화석연료의 역량이 낳은 낭비와 유해성에 반대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활동이다.

하지만 화석연료가 세상을 떠받치는 방식의 존재감을, 이렇게 실감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번 에너지 위기는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가스 공급 충격을 합친 수준이라고 한다. 자동차 5부제 시행이나 에너지 절약 정도는 약과다. 주식 창을 들여다보는 금융권부터, 드럼통으로 받던 원료를 말통으로 받아야 하는 공장까지 흔들리고 있다. 비닐과 플라스틱 용기는 물론 파이프, 전선, 페인트, 접착제까지 죄다 위태롭다.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풍경은 쓰레기 봉투 사재기다. 물자가 없어도 쓰레기는 반드시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는, 한국인의 의지가 느껴진달까.

2023년부터 이어진 팔레스타인 참상을 보면서도 그것은 내 일상과는 먼 일처럼 느껴졌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의 작가 알렉시예비치의 말처럼 “전쟁 뉴스를 보며 커피를 마시는 등 어울리지 않는 일상에 적응하더라도 살아 있는 한 ‘아니지, 이건 아니야’라는 저항 정신을 상기시켜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중동의 비극이 석유화학산업을 뒤흔들자, 비로소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호모 사피엔스가 생존을 위해 만들어온 사회란 결국 남이 불행하면 우리도 언제까지고 행복할 수만은 없는 연결된 세계다. 이 세계의 평온을 위해서라도 어서 빨리 전쟁이 끝나고 중동에 평화가 깃들길 기원한다.

그러나 이후의 세상은 달라야 한다. 진화의 조상인 생명체들이 수억년에 걸쳐 축적해온 엑기스를 일회용품으로 탕진하는 세계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석유 한 드럼통에는 인간 노동 7년에 맞먹는 에너지가 담겨 있다. 재생에너지가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흐름이라면, 화석연료는 수억년 동안 복리로 불어난 자산과 같다. 이 소중한 에너지는 반도체 공장과 병원의 MRI 장비에 쓰이는 액화헬륨이 되고, 항암제 포장재로도 쓰인다. 미국에서는 합성비료 부족으로 파종을 못해 발을 구르는 농부들이 나오고 있다.

일회용품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다회용품으로 대체하는 순환사회를 만들자. 천 기저귀, 생리컵, 다회용 빨대 등 이미 다양한 대안들이 나와 있고, 다회용 컵과 식기 등을 세척해 제공하는 업체도 생겼다. 이제는 쓰레기 봉투 사재기가 아니라 쓰레기양 자체를 줄여야 한다. 더욱 빨리 정의롭고 깨끗한 재생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자.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생산량을 감축하고 대체 불가능하고 필수적인 우선순위를 정하자. 전투기 1시간 출격에 승용차 7만대분의 탄소를 배출하면서 초등학생을 죽이는 전쟁에 화석연료를 헛되이 써서는 안 된다.

너무 이상적이라 헛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유토피아로 가는 길은 불가능해 보인다. 다만 디스토피아로 가는 길은 쉽다. 모든 것이 무너질 때까지 그저 평소대로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 철학자 카를 포퍼가 열린 사회의 적들에게 한 말이다.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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