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신안산선 터널 붕괴 사고 발생 사흘째인 지난해 4월13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붕괴 사고 현장. 이준헌 기자
시공사 포스코이앤씨·서희건설
영업정지 등 강력 행정처분 예상
지난해 인명피해를 낸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 터널 붕괴사고는 설계 오류에 총체적 관리 부실이 더해져 벌어진 인재로 드러났다.
애초 계산 오류로 턱없이 짧은 기둥을 설계했는데 이를 잡아내지 못해 그대로 시공했고, 터널을 뚫을 때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연약 지반 관찰도 건너뛰었다.
국토교통부는 광명시 신안산선 5-2공구에서 발생한 투아치(2-arch) 터널 붕괴사고 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부실한 기둥이 연약 지반 위에 세워진 상태에서 굴착이 계속되면서 터널이 붕괴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계마다 문제를 파악할 기회가 있었지만 의무 안전점검 등을 건너뛰면서 이를 놓쳤다.
문제는 터널 가운데를 떠받치는 중앙기둥 설계 오류부터 시작됐다. 3m 간격으로 설치하는 기둥을 간격 없이 이어지는 것으로 잘못 계산해 하중이 실제보다 2.5배나 적게 산정됐고, 이에 따라 기둥의 길이도 필요한 4.72m에 비해 현저히 짧은 0.335m로 설계됐다.
이 같은 중대 오류를 감리와 시공 관리 과정에서 누구도 잡아내지 못했다.
사고 구간 지반도 설계보다 현저히 연약했다. 현장 관찰에서도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터널을 뚫을 때는 지반 분야 기술자가 1m마다 굴착면의 끝부분(막장)을 직접 관찰해야 하는데, 전문성 없는 자격 미달의 작업자가 투입됐고 심지어 일부 작업에선 관찰을 건너뛰었다.
신안산선 5-2공구에 시공된 투아치 터널 설명도. 국토교통부 제공
사고 전조 증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시공사는 이를 모두 놓쳤다. 중앙기둥에 대한 균열관리대장을 작성하지 않았고, 중앙기둥을 부직포로 감싸둬 콘크리트의 균열과 변형 등도 인지하지 못했다. 매일 해야 하는 자체 안전점검도 실시하지 않았다.
사조위는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터널 설계 때 지반을 파악하기 위한 시추 조사를 현행 100m 간격에서 50m 이내 간격으로 강화하고 막장 관찰자 자격 요건을 높일 것 등을 재발 방지책으로 제안했다.
정부는 내년 중으로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와 서희건설에 대한 행정처분을 결정한다. 박명주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이날 관련자 제재와 관련해 “고의성 여부 조사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계사와 감리사 등에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중대재해 발생에 대해 영업정지 12개월까지, 시공사에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구조물 손괴에 대해 영업정지 8개월까지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국토부는 지난 2월 특별점검 과정에서 드러난 해당 공사 현장의 건설기술진흥법 및 건설산업기본법 위반과 관련해서도 고발 절차를 진행하고 벌점과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형사처벌과 관련해서는 조사 결과를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수사기관에 넘긴다.
신안산선 건설 사업은 민간투자사업으로 포스코이앤씨가 주축인 특수목적법인(SPC) 넥스트레인이 시행을 맡고 있다. 올해 말까지로 계획됐던 5-2공구 공사는 사고로 중단돼 기간 연장이 불가피해졌다.
김현진 국토부 철도투자개발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상반기 중 재설계 변경 승인이 확정되면 해당 구간 공사기간이 2028년 말로 연장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광명 신안산선 터널 붕괴사고는 지난해 4월11일 광명시 일직동 양지사거리 인근의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조위 조사 결과와 제시된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안전관리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