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알루미늄·구리 품목관세 50%로 유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 철강·알루미늄·구리 파생상품에 대해 앞으로는 함량과 관계없이 전체 제품 가격의 25%를 관세로 일률 부과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제품에 포함된 금속 함량에 대해서만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는 상호관세를 적용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철강 관세 조정 포고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이 이날 공개한 팩트시트를 보면, 앞으로 수입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전체 중량의 15%를 넘는 제품은 25%의 품목관세가 일률 적용된다. 다만 함량이 15% 미만인 제품은 품목관세가 면제되고 해당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만 적용받는다.
예컨대 철강이 중량의 20%를 차지하는 1000달러짜리 가전을 미국에 수출한다고 치면, 이전에는 철강 원가에 해당하는 200달러에 대해서만 50%의 세금(100달러)이 매겨졌다. 나머지 800달러에는 상호관세 15%(120달러)가 적용돼서 총 관세는 220달러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체 1000달러에 25%의 관세가 일률적으로 붙어서, 기존보다 30달러를 더 내야 한다. 반대로 철강 중량이 40%인 제품이라면 관세가 기존보다 40달러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포고령 서명에 앞서 프레스콜을 통해 “복잡한 계산을 없애고 수입 절차를 단순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관세 조정에 따른 미국의 해당 관세 총수입은 변화가 없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철강·알루미늄·구리에 대한 품목관세는 50%가 유지된다. 다만 관세 부과 기준은 해외 업체가 신고한 생산 원가 대신 미국 구매자가 실제로 최종 지불한 가격으로 변경된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50% 관세를 부과하자마자 세계 각국이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 원가를 낮춰서 신고해 예상했던 세수를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따라서 이번 조치는 관세 회피로 인해 수출업자의 주머니로 들어가던 불로소득을 미국 관세 수입으로 들어오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외국 기업이 철강을 1t당 200달러에 생산해 700달러에 판다고 주장할 경우 이전에는 원가 200달러에 대해서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미국에서 1t당 7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면 700달러 전체에 대해 50%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에서 제조됐으나 미국산 철강·알루미늄·구리로 제작된 제품에는 10%의 관세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또 특정 금속 비중이 높은 일부 산업 장비 및 전력망 장비에는 2027년까지 15% 관세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관세 조정 조치는 오는 6일 오전 0시 1분(미 동부시간)부터 적용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철강 등에 품목 관세를 부과해왔다. 지난해 6월에는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50%로 인상했으며, 같은 해 7월부터는 구리 관세도 동일하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번 관세 조치가 발표된 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거의 모든 무역 상대국을 상대로 대대적인 상호관세(국가별 차등 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른바 ‘해방의 날’ 1주년이 되는 날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하자, 무역법 122조에 따라 전 세계 각국에 글로벌 관세 10%를 부과하고 이를 15%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아울러 새로운 관세 조치를 추진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 조사에도 착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