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모욕 시위를 주도하던 극우 성향 단체 대표가 구속되면서 ‘평화의소녀상’에 쳐져 있던 바리케이드가 1일부터 수요시위 중에는 잠시 철거된다. 2020년 6월 극우 단체의 집회장소 선점 등을 이유로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요청해 설치된 지 약 6년 만에 소녀상이 몇시간 동안이나마 자유로운 모습을 찾게 됐다.
정의연은 1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평화의소녀상 인근에서 제174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열었다. 정의연은 경찰, 종로구청과 협의해 이날부터 수요시위가 열리는 중에만 소녀상 앞 바리케이드를 치우기로 했다.
1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74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앞서 활동가들이 바리케이드가 임시 철거된 소녀상을 닦고 있다. 정효진 기자
집회를 앞두고 오전 11시30분쯤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치우자 활동가와 시민들이 소녀상 근처에 자란 이끼를 제거하고 낙엽을 걷어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도 소녀상을 찾아 함께 청소했다. 시민들은 6년 만에 자유로운 모습을 찾은 소녀상 옆 의자에 앉아 소녀상의 손을 잡아보기도 하고, 어깨에 손을 얹기도 했다.
브라질에서 여행차 한국을 방문한 프리실라 올리비아(40)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매리 린 브락트의 <하얀 국화>라는 소설을 읽은 뒤 소녀상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바리케이드가 치워진 날에 올 수 있어서 행운”이라며 “미국, 이란 등 전쟁이 있는데 여성들이 항상 희생자가 되고 이용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엘살바도르에서 여행 온 이사밸라 아얄라(22)는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한일 관계에 관해 관심이 생겨서 찾아왔다”며 “집회 내용은 한국어라 잘 모르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슬픔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1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74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날 경찰은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싸고 있던 바리케이드를 임시 철거했다. 정효진 기자
이날 수요시위에서는 지난달 28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기리는 추모 발언이 이어졌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할머니는 평생의 소원이었던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끝내 보지 못한 채 원통하게 눈을 감았다”고 말했다. 이어 “감옥처럼 소녀상을 둘러싸고 있는 펜스는 여전하고 거대한 역사부정의 카르텔도 견고하다”며 “할머니께서 지켜 오신 수요시위 현장 또한 아직 진정한 평화를 되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집회가 끝난 오후 1시쯤 경찰은 소녀상 근처에 바리케이드를 다시 설치했다. 종로경찰서는 1~2주 정도 집회 상황을 지켜본 뒤, 위험 요소가 없다고 판단되면 바리케이드를 치울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연은 종로구청에 “공공조형물 1호인 평화의 소녀상 보존 등을 위해 CC(폐쇄회로)TV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 강한들 기자 handle@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