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 있는 삼성전자 케레타로 공장. 삼성전자 제공
미국 정부가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높은 완제품에 제품 가격 기준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가 영향 점검에 나섰다. 관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제품별로 유불리가 엇갈려 전반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3일 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전체 중량의 15%를 넘는 완제품에 25% 관세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 생산했지만 미국산 금속만 사용한 제품에는 10% 관세만 매긴다. 철강 자재 함량이 15% 이하인 제품은 해당 품목관세를 면제한다. 이는 완제품에 들어간 철강·알루미늄 원가를 기준으로 50% 관세를 부과하던 기존 방식을 단순화한 것이다.
예컨대 철강 원가가 200달러이고 중량으로는 20%를 차지하는 1000달러짜리 가전을 미국에 수출한다고 가정하면, 이전에는 철강 원가에 50%의 세금(100달러)이 매겨졌다. 나머지 800달러에는 글로벌 관세(옛 국가별 상호관세) 10%(80달러)가 적용돼 총 관세는 180달러였다. 앞으로는 완제품 가격인 1000달러의 25%인 250달러가 부과돼 부담이 더 커진다. 다만 철강 중량과 원가, 완제품 가격 등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지만 현지 공장이 북미 수요 전체를 소화하는 구조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세탁기를 생산하고, LG전자는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만든다. TV, 냉장고 등 제품 대부분은 한국과 멕시코, 베트남 등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마다 철강 비중이 제각각이라 영향을 명확하게 수치화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미국산 철강을 쓰지 않는 한 세금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15% 이하인 제품은 금속 관세 적용 대상에서 빠진 만큼 부담이 상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속 함유량에 따라 기존 대비 관세가 소폭 늘어나는 제품이 있겠지만 변동폭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며 “오히려 15% 이하 제품은 품목관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등으로 들여오는 비중이 높은 미국 기업들도 똑같이 적용받기 때문에 경쟁 상황은 비슷하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제품 비용 상승이 시장 수요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