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진 기자
이달부터 일용직 건설노동자의 퇴직공제부금이 8700원으로 인상됐지만 여전히 5000원 이하의 낮은 공제부금을 적용받고 있는 공사 현장이 700곳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7곳에선 아직도 1998년 제도 도입 당시 기준 그대로 2100원을 받고 있다. 도급계약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공제부금을 적용하는 제도적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경향신문이 윤종오 진보당 의원실을 통해 건설근로자공제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723곳의 공사현장에서 5000원 이하의 퇴직공제부금을 적용받고 있다. 금액별로 보면 2100원인 곳이 7곳, 3100원 1곳, 4100원 11곳, 4200원 217곳, 5000원 487곳이었다. 이 중 공공발주 현장이 520곳에 달했다.
건설노동자 퇴직공제제도는 건설 현장 특성상 법정퇴직금을 받기 어려운 일용·임시직 건설노동자를 위해 1998년부터 시행된 제도다. 건설노동자는 한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계속 일하기 어렵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요건을 충족하기 힘들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노동자가 일한 일수만큼 사업주가 공제부금을 납부하면, 공제회가 이 금액과 이자를 적립해 두었다가 퇴직 시 ‘퇴직공제금’으로 지급한다.
지난달까지 6500원이었던 퇴직공제부금은 이번달 1일부터 8700원으로 인상됐다. 이는 6년 만에 33.8% 인상된 것으로, 처음으로 노사정 합의를 통해 인상이 이뤄졌다. 건설노동자 퇴직공제부금은 1998년 2100원으로 시작해 3100원(2007년), 4100원(2008년), 4200원(2012년), 5000원(2018년), 6500원(2020년)으로 6차례 인상돼 왔다.
그러나 퇴직공제 가입 공사 중 723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지금도 2020년 기준에도 못미치는 5000원 이하의 공제부금이 적용되고 있으며, 이 중 7곳은 1998년 기준 그대로 불과 2100원을 적용받고 있는 것이다. 7곳의 공사를 발주한 기관은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한국농어촌공사, 경상남도, 전라남도 광양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으로, 모두 공공 공사에 해당했다.
이는 현행 제도가 공사 착공 시점이 아니라 도급계약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공제부금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6년 이전에 도급계약이 체결된 공사는 현재까지도 2100원의 공제부금을 받는다. 2002년에 공사가 시작된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발주한 강남순환 도시고속도로(8공구)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2027년 공사 종료 (예정) 때까지 2100원을 계속 받게 된다. 2006년 시작된 LH의 화성태안3택지개발사업조성공사 역시 종료 예정일인 올해 말까지 유지된다. 2006년 시작된 전남 광양시 위생처리사업소가 발주한 생활폐기물처리시설 조성공사의 경우 2037년까지다.
이번에 공제부금이 8700원으로 인상됐어도, 지금 당장 실제 현장에서 이 같은 공제부금을 받는 노동자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가 4월1일 이후 근로계약을 맺고 일을 시작하거나, 설령 4월1일 이후 새로 개설된 공사 현장에 투입되더라도 도급계약이 4월1일 이전에 체결된 경우엔 기존 공제부금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현장에 따라 퇴직공제 수준이 달라지고, 최대 20년까지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도급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 기준을 장기간 적용하는 현행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