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 “단순 지역 지원 정책 넘어서야”
지난달 26일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전경. 연합뉴스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 환경 규제 강화로 국내 철강·석유화학 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 해당 기업들이 모여있는 포항·광양·여수·서산이 산업 위기 ‘선제 대응 지역’에 지정됐다. 올해 당진과 울산 남구도 신규 지정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산업 위기 지역화를 구조적 위험으로 인식하고 대응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5일 발표한 ‘산업 위기 지역 제도의 고도화 방안과 정책 과제’ 보고서를 보면, 산업 위기 대응 특별지역 제도는 2018년 도입됐다. 이 제도는 위기 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한다. ‘지역 산업위기 대응 및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위기 초기에는 ‘선제 대응 지역’으로 지정해 단기 안정화 조치를 실시하고, 위기가 본격화된 경우 ‘대응 특별 지역’으로 지정해 집중적인 회복을 지원하는 구조다.
보고서는 이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단순하게 ‘지역’을 지원하는 관점에서 진행됐는데, 산업 위기의 근본 원인이 해당 산업 구조와 경쟁력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산업 정책’ 관점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산업 재편 로드맵, 공급망 재구성 정책 등 국가 차원의 전략적 기준을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 보고서는 “국가 정책 속에서 지역 단위 지원이 설계나 집행될 때 산업 위기 지역 제도가 보완 장치가 아닌 실행 플롯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정 기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선제 대응 지역의 경우 연장 없이 2년, 대응 특별 지역은 2년 지정 후 연장 평가를 거쳐 5년까지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철강·비철금속·석유화학과 같은 제조업의 경우 설비 투자, 기술 전환, 공급망 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진행되고 효과가 가시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2년 단위 행정적 평가 주기보다 기간을 늘려 성과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이밖에 제도 운영을 지정 유지 중심에서 벗어나 산업 전환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고, 성과에 기반한 평가와 연착륙 지원을 통해 전주기 관리체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유이선 산업연 지역성장연구실장 “산업 침체가 곧 지역 고용 감소, 인구 유출, 상권 위축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산업 위기의 지역화’는 더는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며 “산업 위기 지역 제도는 ‘지역 지원 정책’을 넘어 국가 산업구조 전환을 공간 속에서 실현하는 정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