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3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차별에 따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국가적 통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인권위가 2014년 이후 10여년 만에 진행한 조사라는 점에서, 그리고 2495명의 성인 성소수자와 457명의 청소년 성소수자(만 16~18세)가 대규모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연구였다. 특히 지난 10여년간 교육 분야에서 청소년 성소수자의 존재를 삭제하고 학생 인권 정책이 크게 후퇴했기 때문에 띵동으로선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일상생활과 학교 안팎에서 어떤 차별을 경험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학교에서 경험하는 차별과 혐오, 괴롭힘을 오롯이 참아내야 하는 청소년 성소수자의 두려움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청소년 응답자의 71.1%가 교사로부터, 87.0%가 또래 학생으로부터 편견이나 혐오에 따른 표현을 경험했고, 괴롭힘 역시 교사(31.2%), 또래 학생(6.4%) 모두에게서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대다수는 공개적인 대응을 선택하지 않고 참거나 침묵했다. 불과 9.2%만이 직접 항의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 중 72.4%가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피해가 더 심해졌다고 했다.
청소년 응답자 중 80%는 교과교육 내에서 성소수자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었고, 83.4%는 학교를 성소수자 친화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17.4%는 탈학교 경험이 있었다. 2024년 초중고교 학생 학업 중단율의 공식 통계(1.1%)에 비해 17배나 높은 수치다. 그 어떤 대안도 없이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하거나 아니면 탈출해야 하는 학교는 더는 안전하지 않고, 인권의 가치를 배우는 곳이라고도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학교는 청소년 성소수자를 지원하기는커녕 마음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었다. 청소년 응답자의 91.2%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었고, 88.1%가 무기력 상태에 놓여 있었다. 10명 중 7명이 우울 증상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는 절망과 고통의 현재이자, 성소수자 혐오와 괴롭힘을 용인해온 교육정책이 시급히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향후 5년간 성소수자 정책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청소년 응답자 과반수가 ‘법률과 정책’ 영역에서, ‘시민사회’와 ‘일상 속 사람들의 태도’ 영역에서 개선될 것이라고 보았다. 국회, 정부, 정당, 종교 등 전 사회적 영역에 대한 태도 역시 성인 응답자보다 우호적이었다. 반면, ‘학교 등 교육기관’은 청소년 응답자의 72.9%가 더 나빠지거나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고, 변화에 대한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정책토론회에 함께한 동료 활동가는 청소년 성소수자의 바람을 ‘간절한 낙관’이라 평가하며, 그 마음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다짐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번 인권위 조사 결과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학교에서 침묵하며 버티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성소수자 학생들이 안전하고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교육과정에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을 포함할 수 있는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그 낙관이 비관으로 바뀌지 않도록, 회복 탄력성이 상실되지 않도록 교육계가 제발 앞장서 주길 바란다.
정민석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대표